반도체 ‘웃고’ 화학·철강 ‘울고’
1분기 영업익 57%↑‘상승국면 돌입’
전기료인상 덕 공기업도 ‘흑자전환’
CEO스코어 500대 기업 실적분석
1분기 500대 기업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포함한 IT전기전자 업황 회복 덕분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이 본격적인 실적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린다. 반도체 등 IT전기전자와 공기업부문은 큰폭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석유화학·철강분야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유가상승, 수요약화, 중국경기침체 탓이다.
CEO스코어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16일까지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34개사를 대상으로 1분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매출액이 772조786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전년(768조9852억원) 동기대비 0.5%(3조801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그러나 큰폭으로 개선됐다. 이 기간 500대 기업 영업익은 50조5613억원으로 전년 동기(32조1749억원)보다 57.1% 급증했다.
업종별로 보면 19개 업종 중 11개 업종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개선으로 IT전기전자 업종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12조2968억원 늘어나 전체업종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컸다. IT전기전자 부문은 지난해 1분기 8666억원 영업손실(적자)에서 올 1분기 영업이익 11조430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대기업 전체 성장세를 주도했다.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반도체수출이 급증한 때문으로 CEO스코어 측은 풀이했다.
공기업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1분기 5조325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공기업은 올해 2조5934억원 흑자(영업이익)로 전환했다. 지난해 세차례에 걸친 전기료 인상 영향 덕분이다. 특히 한국전력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고 한국가스공사(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주요 공기업도 재무건전성 제고에 주력하면서 실적이 좋아졌다.
자동차·부품 실적 개선세도 뚜렷했다. 1분기 자동차·부품 영업익은 8조93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9% 증가했다. 이 외에 △여신금융(25.4%) △식음료(17.9%) △조선·기계·설비(8.5%) 등도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석유화학 철강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석유화학의 경우 영업이익 2조402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6.7% 급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동 분쟁까지 확산하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중국발 수요 둔화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건설경기 악화, 완성차 수요 위축 등 전방산업 부진 직격탄을 맞은 철강업종도 지난해 1분기 영업익 1조1136억원에서 올 1분기 7505억원으로 30% 이상 쪼그라 들었다. 또 서비스 9.9% 증권 4.9% 에너지 6.3% 순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기업별로 한전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늘었다. 1분기 한전 영업익은 1조2993억원으로 지난해 6조1776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SK하이닉스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분기 3조4023억원 영업손실을 냈던 SK하이닉스는 올해 2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 역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6조606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31.9% 증가했다. 반면 한화는 이 기간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줄었다. 1분기 영업익은 235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738억원) 대비 82.8% 감소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