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쟁점법안 처리, 싸움이나 압박만으로 되지 않아”
“국민에게 도움되느냐가 기준, 정치력으로 거부권 넘어설 것”
재선 이상 의원, 인위적 조정에 대한 거부감이 이변 만들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은 17일 “대통령의 거부권을 넘어서려면 싸움이나 압박으로 되지 않고 국민 관심 속에서 처리해야 한다”면서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기준으로 국회법 안에서 협의·협치 등 정치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또 “(쟁점현안이) 민심에 맞지 않게 흘러가면 국회법에서 규정하는 의장의 권한을 살려 나가겠다”고도 했다. 당파적 국회 운영에 대한 우려와 신속한 현안해결을 바라는 민주당 지지층의 요구 등을 고려한 절충형 입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후보 선출대회에서 5선의 우원식 의원이 승리하면서 민주당에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친명계가 지원한 6선의 추미애 당선인과 경쟁에서 승리한 배경과 이후 미칠 영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원식 의원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어제 이재명 대표가 ‘당내에서 가장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했던,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정치인’이라고 평가해줬다”면서 “그간 정치인생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의 평가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넘어서야 하는데 200석에서 8석이 모자라는데 결국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그걸 잘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이 주효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국회는 대화하는 곳으로 협의를 통해서 국민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가는 곳”이라며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기준으로 국회법이 정한 절차 안에서 의장의 권한을 살려 나가겠다”고 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의장의 중립섭’이 주요 소재가 됐다.
이 대표는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게 아니라, 민의와 민심을 중심에 두고 국회를 운영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민주당에 압도적 의석을 부여한 이유를 (우 의원도) 너무 잘 알 것으로 본다”며 “국회가 국정의 균형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헌정 질서를 지켜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기대”라고 강조했다. 국회가 국정의 횡포와 역주행을 막고 민의의 전당 역할을 수행하도록 잘 해주리라 확신한다고도 했다. 이 자리에서 우 의원은 “‘민주당의 국회’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며 “(국회가) 민심에 맞지 않게 흘러가면 국회의 대표로서 국회법에서 규정하는 의장의 권한을 살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또 “저도 아직 민주당 당원이고, 우리 모두가 민주당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 대표 중심으로, 저도 제게 맡겨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당선인이 협치 대신 민치를 기반으로 ‘혁신국회’를 이끌겠다고 했던 것에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이라고 해도 21대 국회를 이끈 의장들과는 확연히 다른 입장이다. 우 의원은 “과거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가 안되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의장의 판단기준은 국민이어야 한다. 국회법도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것이니 직권상정 등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부 권력을 앞세운 정부여당에 대한 확실한 견제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회의장 선출대회 결과를 놓고 “국회를 이재명 대표의 방탄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더 커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민전 수석대변인은 16일 “민주당 내 후보들은 ’명심이 곧 민심‘, ’형님이 국회의장 적격이라 말해‘ 등 중립 의무를 저버리는 듯한 발언으로 이 대표를 향한 충성 경쟁에만 열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민생 없는 국회, 당 대표 한 사람을 위한 방탄 국회로 또다시 전락시킨다면, 엄청난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며 “전반기 국회의장에겐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무로 여야 협치의 국회를 이끌어갈 책임이 있다”고 압박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의장선출대회 이후 소란스러웠다. 일부 강성지지층은 탈당을 선언했고, 정청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당원이 주인인 정당,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상처 받은 당원과 지지자들께 미안하고, 당원과 지지자 분들을 위로한다”고 글을 올렸다. 친명계 안에선 의장적합도 여론조사 등에서 추미애 당선인에 대한 지지층의 선호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점을 들어 ‘당심’과 이번 투표 결과가 괴리됐다는 점을 지목한다. 국회의원이 지지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에서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날 169명의 당선자들이 투표에 참여해 우원식 의원 89표, 추미애 당선인 80표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특히 재선 이상 현역의원이 우 의원에게 표를 많이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조정식·정성호 의원을 지지하던 의원 중 상당수가 추 당선인 대신 우 의원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 당선인에 대한 개인적 평가와 함께 인위적인 후보 조정 등에 대한 반감 등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친명계 인사들이 대놓고 나선 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이라며 “상임위 배정 문제 등에 대한 배려 등도 오갔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친명계 인사 중심으로 권한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다선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연임 도전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상임위원장 인선 등도 꽤 복잡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