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분기 실질GDP -0.5%…개인소비 4분기 연속 후퇴
엔저로 수입물가 상승…소비여력 감소가 원인
명목GDP는 600조엔 육박, 2분기 플러스 예상
일본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를 보였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민간소비의 저조가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이에 따른 소비자물가 오름세에 비해 임금상승이 더뎌 국민들의 소비 여력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내각부가 16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GDP는 전분기 대비 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와 같은 추세가 연간 이어진다는 가정아래 연율로 환산한 성장률은 마이너스 2.0%에 달했다.
일본 실질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분기 만이다.
개인소비가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1분기 개인소비는 전분기 대비 0.7% 줄었다. 지난해 2분기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소비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2분기부터 2009년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이어진 이후 15년 만이다. 민간의 소비가 감소한 데는 엔저 영향이 가장 크고, 올해 1월 있었던 노도반도 지진과 다이하츠공업의 자동차 품질 부정검사에 따른 가동중단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질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일본의 명목GDP는 물가가 오르면서 600조엔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각부 집계에 따르면 2023년도(2023년4월~2024년3월 회계연도) 명목GDP는 597조엔(약 5250조원), 실질GDP는 558조엔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전 총리가 2015년 내걸었던 '명목GDP 600조엔' 달성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전후 최대의 경제와 풍요로운 국민생활'을 기치로 내걸고 이른바 '3개의 화살'로 불리는 아베노믹스 정책을 추진했다. 3개의 화살은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완화적 통화·금융정책 △기동적인 국가재정의 확대 △민간투자의 확대와 성장전략 등을 담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10년 전에 내건 목표는 달성했지만, 세계경제에서 일본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달러 환산 일본의 명목GDP는 독일에 추월당해 세계 4위로 주저앉았고, 2025년에는 인도에도 뒤질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했다.
한편 일본의 올해 2분기 실질GDP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민간 경제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분기는 연율 환산 2.9% 성장을 전망했다. 사이토 다로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원은 "1분기 감소했던 자동차 생산이 회복되면 소비와 설비투자, 수출 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춘투에서 근로자 임금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면서 소비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