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행들,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증가
EU, 에너지효율과 주담대 연계 … 개보수 비용 커 주택소유주 난색
유럽연합(EU)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에너지효율 등 친환경 기준과 연계하기로 하면서, 모기지를 많이 갖고 있는 유럽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많은 가정이 주택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자금을 투자할 의향이 없거나 투자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 약 1750억유로(약 260조원)의 주담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도이체방크는 현재 주담대 고객 중 일부만 친환경 대출기준에 부합하다고 말했다.
EU 에너지 기준을 준수하려면 기존 주택 소유주들은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써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도이체방크 주담대 고객들에 적용하면 약 800억유로에 해당한다. 이 비용이 정기적인 모기지 상환액에 추가되면 주택 소유주의 부채상환 부담은 대폭 커진다.
독일에서만 향후 10년간 전체 주택의 60% 이상이 EU의 엄격한 에너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친환경 개조공사를 거쳐야 한다. ING독일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7400억~1조유로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ING독일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카스텐 브르제스키는 “유럽의 주택을 EU 환경기준에 맞추기 위한 충분한 자금이 없다”며 “주택 소유주에게 개보수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현재 주담대 고객의 3분의 1이 주택을 최고 에너지등급 또는 탄소배출제로 건물로 개조할 자금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이체방크 포트폴리오 관리책임자인 토비아스 혼은 “모든 은행이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부동산 가치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고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중앙은행은 “환경기준에 맞지 않는 주택의 담보가치가 하락할 것이지만, 동시에 개보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주택 소유주는 부정적 충격에 더 취약해질 위험도 있다”며 “두가지 경우 모두 가계대출 위험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3000억파운드(약 520조원) 이상의 주담대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 로이드뱅킹그룹에 따르면 영국엔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외풍에 취약한 주택들이 많다. 하지만 영국 주택소유주의 거의 절반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데 드는 초기비용이 막대해 주택 개보수를 미루고 있다.
로이드의 환경지속가능성 담당이사인 레베카 히튼은 “우리는 2800만채 주택의 탈탄소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U는 올해 초 주택 등 건물의 에너지성능 지침을 통과시켰다. 법시행은 10년 이상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지만, 에너지효율이 많이 떨어지는 주택의 경우 매매나 임대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주담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EU에 따르면 유럽 건물의 약 85%가 2000년 이전에 지어졌으며, 이 가운데 75%는 에너지효율이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EU는 2030년까지 건물 부문의 탄소배출량을 60% 감축하고, 2050년엔 완전한 탈탄소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EU에 따르면 건물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42%를 차지하는 가장 큰 단일 에너지소비처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