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선거에서 주춤한 ‘명심’…“당원권리 두배로” 정면돌파
추미애 탈락 후 지지층 동요 “당원 정당 가는 진통”
지방선거 공천권 시도당위원장 선거 영향력 확대
대표직 연임 놓고 “변수될 것” “영향 없어” 엇갈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내 국회의장 경선 후 불거진 강성당원의 반발과 관련 “당원중심의 대중정당으로 나아가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원도 두 배로 늘리고, 당원의 권한도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시도당위원장 선거부터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당심과 의원들의 선택 사이 괴리를 들어 핵심지지층의 동요를 막는 것과 동시에 지방선거 공천 영향력의 권한을 늘려나가는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표는 18~19일 광주와 대전에서 지역 당원과의 소통행보를 이어갔다. 최근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당선인이 우원식 의원에게 패한 것을 두고 강성 당원들이 “당원들의 뜻과 어긋난다”며 반발하는 것을 달래는데 집중했다.
이 대표는 “당원중심의 대중정당과 의원중심의 원내정당은 언제나 부딪힌다”면서 “결국 민주당이 당원중심 대중정당이란 것 통해서 증명하는 첫 길을 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첫 길을 가다 보니까 이슬에도 많이 젖고, 풀잎에 다칠 수도 있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내가 (당을)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고맙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지만 추 당선인이 경선에서 탈락한 것이 당심과 배치된다는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 의장 경선 후 “당원중심 정당으로 가는 길이 아직 멀다”며 당원에게 사과한 정청래 최고위원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의장 경선에서 승리한 우원식 의원은 정 최고의원의 이같은 입장이 전형적인 갈라치기라며 반발했다.
이 대표는 당원의 권리를 확대하는 쪽으로 당심과 당이 주요 결정권을 일치시켜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표는 “당을 더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바꿔가자는 것”이라며 “가급적이면 시도당위원장들이 협의에 의해 (후보를) 선정하는 것보다는 당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선거를 통해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외에는 원칙적으로 시도당위원장이 기초위원, 광역위원, 기초단체장을 공천하다 보니 권한이 상당히 크다”며 “당 내부적으로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권리당원들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50대 50으로 돼 있는 비중에서 권리당원 비중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대의원의 한 표가 권리당원의 몇 배 이상 초과하지 않는 안을 이미 준비해 놓았다. 최고위에서 충분히 논의했고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시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강성당원의 영향력 확대는 당원 민주주의 신장이라는 명분과 더불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의 장악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원들의 권한 강화와 더불어 당내 추가적 소란을 막기 위한 조치도 예고했다. 탈당이나 ‘수박의원 색출’ 등 당내 분열을 부추기는 행동에 대한 제재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의 온라인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운영진들은 역시 “(추 후보를 찍지 않은) 의원들을 색출하자는 글을 올리거나, 탈당을 하겠다는 글을 올리는 회원의 경우 제재를 하겠다”는 공지글을 올렸다.
이번 의장 경선에서 나타난 결과가 총선 이후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공고화된 듯 보였던 친명계의 장악력에 균열이 가면서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연임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계파별 분류는 무의미해졌다고는 하나 의장 경선에서 나타난 초선-다선의 정치적 입장차가 이 대표 연임에 대한 다른 선택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의장 경선 결과는 설령 힘을 갖고 있다고 해도 자랑하듯 써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특히 지도부 인사들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정치적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다선의원과 친명계 인사들의 의장 후보 교통정리 등이 주류측의 힘자랑으로 비쳐 반발을 샀다는 평가를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의장 경선 결과와 대표직 연임 결정은 결부될 사안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지지그룹 안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 이 대표가 나서 당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내 비명계가 8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결집을 도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부겸 전 총리가 최근 서울대 강연에서 이 대표의 ‘전 국민 1인당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 방안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