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재추진 공식화하나
홍준표 '통합 추진' 급전환
이철우, TF 통해 입법 추진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2022년 7월 민선 8기 출범 직후 대구시와 경북도의 통합추진에 강력하게 반대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을 공식화하자 이철우 경북지사도 이를 기다려다는 듯 수용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홍 시장은 지난 17일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함께하는 대구경북발전결의회’에서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 추진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중국 스촨성 청두시가 인구 2500만명이 된 것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대구경북도 통합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며 기존 입장을 바꿔 처음으로 대구경북 통합구상을 공식화했다. 홍 시장은 지난 4월 청두시를 방문했다.
홍 시장은 “이전 통합논의 때는 대구시의 위상문제가 하나의 걸림돌이 됐다”며 “이번에 통합을 추진할 때는 대구경북 전부를 통합해서 ‘대구광역시’로 통합하고 안동에는 대구광역시 북부청사, 포항에는 남부청사를 두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인구가 국력인 세상이어서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해서는 의미가 없다”며 “500만 인구를 가진 대구광역시 하나를 만드는 것이 대구 경북이 각각 발전하는 것 보다 훨씬 유리하고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날 같은 행사장에서 “홍 시장이 처음에는 반대했는데 지금 찬성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당장 전담팀(TF)을 만들어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지사는 이어 “우리만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광역시가 있는 지역을 다 통합해야 수도권 일극체제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과 이 지사는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서도 통합추진 방안과 일정을 밝히기도 했다.
홍 시장은 18일 페이스북에 “대구경북이 통합해 인구 500만의 대구직할시가 되면 대구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된다”고 강조했다.
또 “통합이 성사 되면 2년 후 지방선거에서는 통합된 대구 직할시장 1명만 선출하게 되며 대구경북에서 촉발되는 행정체제 개편 작업은 대한민국 전체의 행정체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수도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의 2단계 행정체계는 그냥 불쑥 던진 화두가 아니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행정체계 개편안“이라고 밝혔다.
김태일 전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해서는 통합관련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대구경북 내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공론화위가 입법안까지 만들어 놨지만 다수당이 아닌 국민의힘 기반으로 법안을 제정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고 경북 북부지역의 박탈감에 따른 반발과 대구시민 혈세로 경북지역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내부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와 경북도는 2020년 9월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켜 통합을 추진했다. 위원회는 연구용역, 온라인 토론회, 시도민여론조사발표, 대구경북광역행정기획단 출범 등을 거치면서 특별법안까지 만들었으나 활동은 여기까지였다.
경북 북부권의 강력한 반대와 대구시민들의 시큰둥한 반응,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의 정치일정과 겹쳐 유야무야되면서 통합추진은 잠정 중단됐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