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놓고 노사 줄다리기 본격 시작
1만원까지 140원, 돌파 전망
‘업종별 차등적용’ 격돌 예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가 21일 첫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간에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들어간다. 최저임금 1만원 돌파가 점쳐지는 가운데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노사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각 9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지난 14일 3년 임기를 시작한 13대 노사정 위원들은 최저임금위를 이끌 위원장을 선출한 후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심의 요청을 접수한다. 이후,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을 순차적으로 심의한다.
지난해 넘지 못한 1만원 문턱을 이번 심의에서 처음으로 넘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인상률(2.5%)은 역대 두번째로 작았다. 1만원까지 불과 140(1.42%)원 남아 무난한 돌파가 예상된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을 감안한 큰 폭의 인상을, 경영계는 소규모 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동결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해 적용할지 여부도 노사간의 핵심 쟁점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해 적용한 것은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보고서를 통해 돌봄 업종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고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이미 논란이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6일 최저임금 관련 보고서에서 “업종에 따른 경영환경 차이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최저임금의 취지에도 맞지 않으며 특정 업종에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20일 한국노총·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은 시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적 정신에 전면 위배한다”며 “정부의 역할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시민들을 차별하는 것이 아닌 최저임금 밖에 놓여져 있는 시민들에게 최저임금의 권리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는 매년 심의 과정에서 안건에 올랐다가 부결을 반복됐다. 지난해에도 표결 끝에 찬성 11명, 반대 15명으로 부결됐다.
최저임금 수준과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에서 노사 견해차를 좁히기 어렵기 때문에 공익위원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하헌제 최저임금위 상임위원을 제외한 8명의 공익위원이 14일 새로 위촉됐다. 노동계는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다수가 “반노동 보수성향”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 12대 최저임금위에 이어 재위촉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에 대해 가장 크게 반발했다.
지난해 이른바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등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도 권 교수 사퇴를 요구하는 노동계 손팻말 시위로 1차 전원회의가 파행을 겪었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 기간은 6월 27일까지다.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까지 최저임금을 의결해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는데,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심의요청서를 3월 29일 발송했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로 이의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