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원민주주의 논의 시작
150만명 권리당원에게 국회의장·원내대표 선출권까지
최고위 회의에서 ‘당심 반영 강화’ 논의, 의견 일치
“휴대폰 직접 투표 가능, 변화된 흐름 반영해야”
“강성 지지층 과대대표, 민심과 멀어질 가능성도”
당무 아닌 의원 직무 관여, 헌법·국회법 위반 소지
더불어민주당의 강성 지지층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당원의 요구를 당 운영과 정책 결정, 심지어는 국회의원들만의 영역이었던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당원민주주의가 대중정당화를 추구하면서 원내정당화를 약화시키고 과대대표된 강성지지층 요구가 민심과 멀어질 경우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직무가 당원들에 의해 간섭받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현재 당원이 250만 명,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인 150만 명에 달한다”면서 “전날 지도부들이 모여 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놓고 논의를 했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장 후보선거를 거치면서 80%이상이 추미애 후보를 선호했지만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을 두고 당원들의 실망감이 매우 컸고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회의장 후보 선거 이후 당 지지율이 6~7%p 빠졌는데 이것은 국회의장 후보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 외에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조치와 발언, 다독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리당원들이 1만5000명 이상 탈당한 상황에서 이들의 분노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권리당원의 의견을 반영할지 논의해야 하는 출발이면서 시작”이라고 했다. “과거와 달리 정보통신 발달로 직접민주주의와 대의 민주주의의 간격이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시대의 변화에 맞추고 당원들의 수도 크게 증가한 만큼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으면 반영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나와 김민석 의원이 제안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의 의견을 10분의 1이상 반영하는 10%룰’에 대해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당히 당원참여가 필요하다라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대부분 (최고위원들이) 했다”며 “국회의장, 부의장과 원내대표 선출에도 당원 참여가 최소 20% 정도는 반영돼야 된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모 재선의원은 “이제는 당원들이 당의 주요 부분에 대해 직접 의견을 표명하는 당원 민주주의를 수면 위로 올려놓고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고 했다.
◆원내대표를 당원이 뽑는다? = 민주당의 ‘당원 의견 반영’에 맞추려는 당원민주주의에 대해 2가지 우려점이 제기된다.
먼저 당원들의 의견을 당직뿐만 아니라 당의 주요 정책이나 입법에 적극 반영하는 게 적극 지치층이 과대대표되고 결국 국민들의 일반 정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원들이 당무나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당원민주주의, 대중민주주의로 운영방식을 바꾸는 것은 순전히 당의 결정사안”이라며 “하지만 1960년대 유럽에서 이미 시도된 당원민주주의와 대중민주주의는 일부 강성 지지층에 의해 당 운영이나 정책 결정이 주도되고 결국은 이것이 국민들의 의견과 괴리가 커지면서 선거에서 패배해 소수정당으로 전락하게 됐다”고 했다.
유럽의 실패경험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어 “대의민주주의는 숙의과정을 거칠 수 있는 등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는 만큼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원의 대표냐, 국민의 대표냐 = 또다른 우려는 당무와 상관없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의 권한과 의무까지 당원들의 의견에 휘둘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장, 부의장, 원내대표 등 당원이기보다 국회의원의 직무에 해당하는 부분을 당원들의 의견에 종속시키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제기다.
이날 라디오에서 장 최고위원은 “당원들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결국 모여서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때문에 이중위임 과정에서 당원들의 의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종배 진행자는 “우리나라 헌법이나 국회법은 명령적 위임이 아니라 자유 위임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 않느냐”며 “헌법에도 보면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고 명백히 규정돼 있고 국회법 같은 경우는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도당 위원장을 선출하는 거나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은 당무이기 때문에 권리당원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며 “의정과 관련해서 (다르다)”고 했다. 당원의 당심이 반영될 수 있는 영역과 당원들의 의견과는 배타적으로 국회의원 고유의 영역이 있는데 그것까지 당원들이 개입하는 것은 헌법과 국회법 규정과 취지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 선출 등은 당원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역할이기 때문에 이것을 당원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당원들이 국회의원의 임무 수행에 관여하는 것은 강성 지지층에 의해 이런 것들까지 흔들릴 수 있는데 이건 맞지 않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구의 민주당 중진 의원도 “당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당이 수용해야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반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강성지지층의 반발에 대해 당이 심하게 흔들리고 의원들이 이를 수용해 주는 방식은 오히려 강성지지층의 목소리나 대표성을 높여줘 당심을 왜곡시키고 민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