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당리당략·유불리 오류 빠지지 말라”
국회의장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서 ‘진정한 의회주의’ 당부
“일방적 실력 행사와 거부권 행사, 허공 주먹질 후진 정치”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새로운 국회에서는 당리당략과 유불리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상생의 정치, 대화와 타협의 국회, 진정한 의회주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국회 사랑재에서 가진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지난 경험을 통해 정치는 시기마다 사안마다 선택을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유불리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그 선택이 최선이고 후회가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처음 의장석에 올라 의사봉을 잡으면 그 이전까지 생각했던 것과 차원이 다른 고민을 하게 된다”며 “민주주의의 최전선이자 최후의 보루인 국회의 수장으로서 의회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이 어깨를 짓누른다”고 회고했다.
이어 “비로소 역대 국회의장들의 고뇌를 이해하게 된다”며 “아마도 앞으로 국회의장이 되실 분들도 같은 고민을 하며 의회주의를 지키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쏟아 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김 의장은 전날 ‘제22대국회 초선의원 강연’에서도 초선의원 당선인 130여 명을 대상으로 “국민 불신은 팬덤정치와 극한대립에 기인하며 특히 위성정당 탄생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며 “정쟁을 거듭하다 일방적인 실력 행사와 거부권 행사로 종결되는 지금의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 정치는 허공에 헛주먹질하는 후진적 정치”라고 했다.
이어 “여야의 10개 생각 중 일치하는 5개를 먼저 해결하며 반보씩이라도 앞으로 나가는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의 점진적·선진적 정치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여러분은 20만 명이 뽑아준 대표이고, 상대방 역시 악마화하거나 적대시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20만 명이 뽑은 국정운영의 파트너”라며 “국민의 대표로 서로 타협해 대의민주주의를 치유하는 22대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여당에 대해 “대통령에게 아무도 노(no)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고 야당에 대해서는 “당대표 주장이나 당론을 거스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지난 2년간의 소회와 관련해 김 의장은 “개헌과 선거제도 등 개혁과제에 국회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음에도 결실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크다”며 “특히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 이루었던 국민통합과 협치의 정신, 정치개혁의 성취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정치현실에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제가 받은 크나큰 혜택을 무엇으로 사회에 돌려드려야 할지 늘 고민했다”며 “일주일 후면 국회를 떠나지만 제 마음속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뜨거운 열정이 남아있다. 앞으로도 어느 곳에 있든 제게 남은 에너지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꽃과 돌, 흙과 바람 모두를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인생을 그려보겠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