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2년간 원안대로 통과한 정부 법안 18개뿐
341개 중 5% … 수정가결까지 합해도 20%에 못 미쳐
정부입법 문턱 높아졌는데 과반 야당과 갈등 관계 지속
법률반영비율 17대 80%→20대 67%→21대 58%로 하락
“청부입법도 한계 … 대통령, 야당 의원에 전화·대화해야”
윤석열정부는 2년간 341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원안 그대로 통과된 것은 18개에 그쳤다. 비율로 따지면 5.3%다. 반면 문재인정부 마지막 2년 동안에는 490개 법안 중 10%가 넘는 58개가 원안 통과됐다. 정부 입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기 힘들어진 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 윤 대통령에겐 더 힘겨웠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3년간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거대야당의 협조를 받기 위한 대화와 협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임기동안 문재인정부 2년(2020년5월30일~2022년5월9일), 윤석열정부 2년(2022년5월10일~2024년5월22일)을 지낸 21대 국회에서 정부는 831개의 법안을 냈고 이중 76건이 원안 통과됐다. 원안통과율은 9.1%였다. 원안의 일부를 수정해 통과된 법안은 136개, 대안이나 수정안에 반영된 법안은 275개(대안반영 273개+수정안 반영 2개)였다. 원안, 수정, 대안 등으로 법률반영 법안은 487건이었다. 전체 발의 법안의 58.6%다. 정부가 낸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거나 일부만 통과시킨 가결률로만 따지면 25.5%(212개)였다. 폐기를 눈앞에 둔 법률안은 344개다. 정부 법안도 국회의원 임기가 마무리되면 자동폐기된다.
20대 국회에서는 1094개 중 67.5%인 738개가 법률에 반영됐다. 21대 국회 들어 정부 발의 법안도 줄고 법안 반영비율도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윤석열정부 제출한 10개 법안 중 4개 반영 = 2022년 5월 10일부터 이날까지 21대 국회 2년여간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을 운영해온 윤석열정부에서는 341개의 법안을 내놨고 이중 137개가 법안으로 반영됐다. 법안 반영률은 40.2%였다. 국회에 제출한 법안 10개 중 4개만 통과되고 나머지는 폐기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 그대로 통과한 것은 5.3%인 18개였다. 수정 가결된 법안은 50개, 대안반영(수정반영 포함)은 69개였다. 원안과 수정가결 법안을 합한 가결률은 19.9%(68개)였다.
윤석열정부가 낸 법안 204개는 21대 국회가 이달 29일 임기를 마침에 따라 폐기될 예정이다. 이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법안의 경우 정부는 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
절대과반 의석의 여당 지원을 받은 문재인정부 후반기 2년 동안에는 정부 발의 법안 490개 중 350개가 통과됐다. 법안반영률이 71.4%에 달했다. 11.8%인 58개가 원안 통과됐고 86개가 수정가결돼 가결률은 29.4%(144개)였다. 대안반영(수정반영 포함)이 206개였다. 폐기 대기 법안은 140개다.
여소야대 국면이었던 문재인정부 초반 2년(2017년 5월 10일~2019년 5월 22일)을 보면 정부가 538개의 법안을 냈고 원안 통과된 법안은 45개였고 원안통과율은 8.4%였다. 윤 대통령 임기 초반에 비해 50%이상 높아진 비율이다. 수정가결은 46개, 대안반영은 155개였다. 법률안 반영 법안이 246개로 45.7%였다. 문재인정부 법안들은 이후 20대 국회의 임기가 1년 정도 더 남아 폐기되지 않은 채 심사가 이어짐에 따라 353개의 법안이 법률로 반영돼 정부 초반 2년의 법률반영률은 65.5%로 올라갔다.
◆추락하는 정부 입법 가결률 = 윤석열정부는 정부입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국면에서 제 1야당의 절대과반의석에도 불구하고 협치 보다는 대치국면이 조성되면서 입법실적이 크게 저조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법안을 원안이나 일부 수정후 통과시키는 가결비율은 크게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 입법안 가결률(원안통과+수정통과)은 민주화 직후인 13대에 87.2%, 14대 92.4%를 보이다가 하락세로 전환됐다. 15대와 16대엔 81.7%, 72.4%로 낮아졌고 18대엔 50%대가 무너졌다. 지난 19대엔 34.7%로 주저앉았고 20대엔 30%선마저 깨져 27.9%를 기록했다. 다만 정부법안의 일부와 국회의원들의 법안을 합해 만든 대안반영비율이 적지 않아 전체 ‘법률 반영률’은 60~70%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비율 낮아지고 있다. 법률반영률은 13~16대까지 90%대였으며 17대 80.0%, 18대 76.1%, 19대 73.5%, 20대 60%대로 하락하더니 21대는 50%대로 추락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입법부 문턱을 넘어서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그래서 의원입법이라는 편법을 동원하기는 하지만 이 또한 이미 정부 청부입법이라는 게 알려져 있어 제출에 따른 절차를 줄일 수는 있지만 통과에는 영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모 의원은 “윤석열정부가 원하는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입법을 해야만 하는데 그러려면 거대 야당과 협치해야 한다”며 “미국과 같이 대통령이 거대야당 의원들을 전화해서 설득하고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하는 데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