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리티, 인공지능 호황에 최고실적 업종으로
2~5월 주가 18%↑… S&P500 업종별 1위
올 봄 예상치 못한 주식시장의 승자가 두드러졌다. 유틸리티업종이 경쟁사를 앞지르고 있다. 인공지능(AI)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AI 호황에 대한 기대감에 발전업체에 대한 베팅이 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500 유틸리티 업종은 올해 2월 말부터 3개월 동안 18% 상승했다. 2위를 기록한 통신서비스 업종은 11% 상승에 그쳤다. 올해 지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전력생산기업이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미스트라 에너지의 주가는 올해 145% 급등했다. 엔비디아의 93% 상승을 능가했다.
일반적으로 전력주는 꾸준한 배당으로 유명하다. AI칩 제조업체와 대형 기술기업에게 요구되는 주가수익배수를 기대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월가의 많은 이들이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1세대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력수요의 상당한 증가를 이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씨티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전력수요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4.5%에서 2030년 10.9%로 상승할 전망이다. 전력수요가 증가하면 발전소와 송전선, 기타 인프라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이를 건설하는 기업에게는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간다.
유틸리티 중심의 ETF를 관리하는 리브스 자산운용은 알파벳과 아마존닷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는 클라우드컴퓨팅 대기업의 개발계획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이 회사 대표 존 바틀렛은 “전력수요와 관련해 이들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틸리티 주식은 매력이 없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미국채 수익률이 유틸리티 주식의 배당수익률을 능가하면서다.
올해도 유틸리티 배당소득은 여전히 국채수익보다 낮다. 그럼에도 기술 분석가와 전력공급업체가 향후 수년간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유틸리티 분야로 몰려들었다. WSJ는 “이 덕분에 일반적으로 방어주로 여겨지던 전력회사가 성장주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많다. 전력기업들이 인프라를 증설하기 전 미국경제가 둔화되거나 AI붐이 약화될 가능성이다. 장기적으로는 규제당국이 전기요금 상승이나 화석연료 발전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조지아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 화석연료를 태우는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려는 전력회사의 계획이 소비자단체와 환경운동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력수요 증가 예측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일반가정과 기업 등 전력 수요자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뉴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주식 최고투자책임자인 짐 리도테스는 “전력인프라 구축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며 “결국 소비자요금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