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28일 재표결 준비… “양심있는 여당 의원 결단 촉구”
채 상병특검법 거부에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 거부”
“탄핵열차 준비, 출발 기다려” 25일 대규모 장외집회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를 거부했다”면서 “28일 재표결을 통해 진실과 외압의 실체를 밝혀내겠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대통령의 말이 날카로운 화살촉이 되어 대통령 자신을 향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 상병특검법 재표결을 재확인하며 대대적인 여론전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표를 끌어내고, 부결되더라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에서 “윤 대통령은 억울한 청년병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국민의 명령을 끝내 거부했다”면서 “해병대원 순직사건 외압의 실체가 대통령이라는 의심을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주장했던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범인’이라는 말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양심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면서 “여당은 이제라도 국민 죽음을 외면하는 나쁜정치와 결별하고 28일 본회의에서 무너진 국가의 책무를 국회가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당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국민 뜻을 거부하면 국민의힘 역시 무도한 정권의 공범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도 했다. 특검법 찬성 입장을 보인 여권 인사들의 동참과 여권 내부의 균열을 확대하기 위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21대 국회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면서 “민주당은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이미 예고됐다는 점에서 야당은 거부권 이후의 재표결 준비를 위한 여론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당은 22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을 열어 입법 과제 및 원내 전략을 점검한다. ‘개혁 국회, 행동하는 민주당’이라는 슬로건 아래 충남 예산의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리는 워크숍에는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 22대 국회 당선인 171명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22대 국회 운영 방안, 총선 평가와 당 전략 방향, 입법 과제와 상임위별 주요 현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워크숍에서는 또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 상병특검법)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28일 본회의 재의결 추진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또 조국혁신당 정의당 등 야당과 함께 오는 2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도 함께 여는 등 ‘범야권 비상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일부 의원이나 당선자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언급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새로운미래,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6개 야당은 21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말했다”며 “스스로 범인임을 자백했으니 이제 범행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국민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당선인은 SNS에 “거부권 행사로 탄핵의 마일리지가 쌓였다”며 “국민과 야당은 ‘윤석열 탄핵열차’에 탑승할 준비가 됐다. 출발신호를 기다린다”며 직접적으로 탄핵을 거론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조 국 대표는 회견에서 “입법부가 통과시킨 법률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계속 거부한 게 벌써 10차례”라며 “윤 대통령은 검찰 독재에 더해 행정 독재로 가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장혜영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채 상병특검법 거부는 시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거부”라며 “정의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반드시 특검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