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거부권 정권’ 자처…민심 ‘역주행’
찬성 67%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민심 떠밀려 명분·실리 모두 잃을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여론의 찬성이 높은 ‘채 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심에 역행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야권은 “윤석열정권은 국민의 명령을 거역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윤 대통령이 결국 민심에 떠밀려 특검법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이 21일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국은 극심한 혼돈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만 10번째다. 여소야대 국회에 맞서 거부권을 남발하는 ‘거부권 정권’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채 상병 특검법’은 여론의 찬성이 높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설득력이 약하다는 비판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4월 29일~5월 1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찬성’이 67%에 달했다. ‘반대’는 19%였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재투표에 부쳐진다. 국민의힘에서 17명의 이탈표가 나오면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만약 재투표가 부결된다고 해도 야권은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22대 국회에서는 여당의원 8명만 찬성표를 던져도 거부권은 힘을 잃게 된다.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채 상병 특검법’이)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재투표를 통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사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론은 더 나빠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안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특검법을 받도록 강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선제적 접근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이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리면서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을 수 있는 만큼 차라리 이번에 선제적으로 수용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입법→거부권→정국 경색’이란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데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 박 교수는 거야의 입법권과 대통령의 거부권이 자주 충돌하는 데 대해 “(여야) 양쪽이 주어진 제도와 권한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치적 해결점을 모색해야 한다. 권한을 전부 행사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여야가) 존중과 자제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야가 입법권을 절제해 행사하면, 윤 대통령은 절제된 입법권을 최대한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