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K-푸드, 해외에서 잘나가는 이유
반도체 IT 등 최첨단 산업에서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산업 중심에 섰던 대한민국이 식품분야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굴지의 글로벌 식품업체와 각 나라별 현지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식품시장에 국내 업체 도전이 거세다. 가장 한국적인 맛이 세계인의 맛이라는 공식이 조금씩 통하고 있다.
한국인 불맛으로 불리는 라면업계가 해외서 불이 났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3조4106억원, 영업이익 2121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9.0%, 영업이익은 89.1% 증가했다. 특히 해외법인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약 125% 상승하면서 전체 이익 개선을 견인했다. 미국법인의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4%, 131.4% 올랐다. 중국법인 역시 영업이익이 411% 상승했고 캐나다와 일본 호주 베트남 법인도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에 기여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국내 매출보다 해외서 매출이 더 많이 일어난다. 올 1분기 삼양식품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857억원과 80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7.1%, 235.8% 급증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74.9%로 전년동기 대비 10.6% 증가하면서 글로벌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다. 불닭볶음면 매운맛이 외국인 간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빵을 주식하는 미국시장에서 국내 제과업체 존재감도 눈에 띈다. CJ푸드빌 뚜레쥬르는 최근 미국에서 110호점을 냈다. 지난해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38% 성장하며 진출 이래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뚜레쥬르는 미국에서 매장 10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역시 미국에서 매장 159개를 운영하고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이같은 K-푸드 열풍 배경에는 K-팝 인기와 영화 드라마 예능 등 K-콘텐츠 흥행이 자리잡고 있다. 잘 만든 K-콘텐츠 하나가 여러 K-푸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K-팝 인기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K-컬처에 대한 팬덤이 형성돼 있다. 10~20대 팬덤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한식을 접하고 한국 문화를 즐긴다. 그만큼 K-푸드 전망도 밝다는 얘기다.
여기에 팬데믹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됐고 발효식품을 중심으로 한 한국 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김치 고추장 등 전통식품부터 떡볶이 김 간편식, 최근에는 만두와 김밥 어묵 등 길거리 음식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김치 냄새 난다”는 비하성 대사를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딸 간식으로 김치를 먹인다고 할 만큼 K-푸드의 더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게 됐다. K-콘텐츠와 더불어 K-푸드 역시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 더 큰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정석용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