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 2.5%로↑
1분기 1.3% 깜짝 성장·수출 호조 등 반영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존 2.6% 전망 유지
기준금리 인하, 미 연준·하반기 물가 변수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비교적 큰폭으로 상향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2.6% 수준의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를 11번 연속 동결해 1년 5개월째 고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하반기 인하 여부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방향과 물가 오름세 둔화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2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수정 경제전망보고서를 발표하고, 올해 실질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2.1%)보다 0.4%p나 높은 2.5%로 전망했다.
올해 1분기 실질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3%나 증가해 깜짝 수치가 나온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달 초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가 열린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론적으로 보면 지난해 연간 성장률(1.4%)을 올해 1분기에 다 이룬 셈”이라며 성장률 전망치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거시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쳤다. 다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부문의 회복이 더디고,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가 많아 성장세 회복이 지속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한은은 또 이날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월과 같은 2.6%로 전망하면서 하반기는 2.3% 수준으로 오름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하반기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향후 통화정책방향 결정에도 중요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한은 전망치인) 2.3%를 넘으면 연내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예상한대로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 수준으로 둔화하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될 수도 있다.
한은은 최근 수년간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물가가 목표치인 2.0% 수준으로 수렴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가 더디게 진행돼 4분기 이후에나 2% 초반대로 낮아지면 올해 10월 또는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미국 연준(Fed)이 언제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할지도 변수다. 현재 한미간 기준금리 차이가 2.00%인 상황에서 외환시장 변동성을 무릅쓰고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 연준이 빠르면 올해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한은은 빨라야 10월 금통위에서 인하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하반기 이러한 흐름에 공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빨라야 9월 금리인하에 나서고, 인하 횟수도 연내 한차례나 두차례에 그칠 것”이라며 “연준이 인하한 이후에나 한은도 정책 전환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