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 불안에 기준금리 동결 최장기 예고
지난달 소비자물가 2.9%↑, 환율 1360원대
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치 2.5%로 크게 올려
기준금리가 또 동결됐다.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높은 수준의 금리정책을 유지하면서 환율 변동성 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3.50%인 현행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했다. 지난해 1월 3.50%로 인상한 이후 11차례에 걸쳐 1년 5개월째 동결을 이어갔다. 이는 역대 가장 길었던 2016년 6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1년5개월(연 1.25%) 이어진 것과 같다.
한은이 이날 긴축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데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여전히 한은이 정한 물가안정 목표치(2.0%)를 크게 웃돈다. 중동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각종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4월 수입물가지수도 전달 대비 3.9% 상승하는 등 1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이번달 기대인플레이션율(3.2%)도 2년 넘게 3%대를 유지했다.
하반기 물가 흐름도 불안정하다. 한은은 이날 올해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월 전망치와 같은 2.6%로 예상했지만, 하반기 물가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설명회에서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를 넘으면 연내 금리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도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이다. 미국 연준(Fed)의 지난달 회의록에서 인플레이션 진전이 부족하다며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 확인돼 한은의 선제적 금리인하는 더 멀어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50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한은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할 경우 외환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전망보고서를 발표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 수정했다. 올해 1분기 실질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3%에 이르는 등 예상치를 웃돌았고, 최근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다만 여전히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문의 경기는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회복세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이후 기준금리가 연 3.50% 수준에서 고정되면서 국채금리와 가계 및 기업대출 금리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은 3.1%~ 4.1%을 이어가면서 은행채 등 다른 채권금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대출 평균금리(4.50%~5.47%)와 기업대출 평균금리(4.96%~5.47%)도 높은 수준을 장기간 이어가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