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유공자법·양곡관리법 결국 폐기되나
28일 본회의 부의 미지수
“의장, 끝까지 합의 유도”
민주유공자법, 양곡관리법 등 본회의 부의를 요구해 놓은 7개 법안들이 오는 28일로 예정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올라오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이 법안들은 자연스럽게 폐기되고 민주당은 이를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해 통과시키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28일 본회의에서는 순직해병 특검법과 함께 전세사기특별법이 처리될 예정”이라며 “민주유공자법 등 부의요구 안건은 상정된 게 아니라 상정할 수 있도록 부의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국회의장은 마지막까지 여야 합의를 기다리며 종용하려고 하고 실제 여야 원내대표들에게도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고 했다.
민주당 주도로 부의요구된 법안은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특별법,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 농어업회의소법,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 등 7개 법안이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의 부의요구안을 처리할 것을 의장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 독주 입법에 반대하고 있어 합의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 합의 정신’과 ‘의회 민주주의’를 강조한 만큼 이 법안 부의 요구안을 민주당의 주장대로 처리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김 의장은 “의장의 가장 중요한 일은 대화와 타협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의장에게 당적을 버리고 일하라고 한 것”이라며 “의장이 욕먹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왔고, 결국 시간이 흐르면 저를 욕한 양당도 저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처음 의장석에 올라 의사봉을 잡으면, 그 이전까지 생각했던 것과 차원이 다른 고민을 하게 된다”며 “민주주의의 최전선이자 최후의 보루인 국회의 수장으로서 의회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이 어깨를 짓누른다”고도 했다.
7개의 본회의 부의요구건 처리가 지난 2일에 이뤄진 전세사기 특별법 부의요구건 처리때처럼 이뤄질지 주목된다. 전세사기 특별법 부의요구건은 지난 2월 27일에 올라와 국회법에 따라 30일이 지난 첫 본회의에서 자동으로 표결 처리해야 했다. 국회법 86조 4항은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민주유공자법 등은 전세사기 특별법과 다소 상황이 다르다. 전세사기 특별법의 경우 본회의에 부의됐더라도 20여일간의 여야 합의기간이 있지만 만약 28일에 민주유공자법 등의 부의요구건이 처리되고 민주당 요구대로 의사일정을 변경해 곧바로 표결, 통과시키면 여야 합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꼴이 된다는 점에서 김 의장이 선택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본회의 부의요구된 7개 법안들이 지난달 18일과 24일에 제출됐고 국회법이 요구한 숙성기간 ‘30일’이 지난 만큼 본회의에서 자동 표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이 국회법을 준수해 부의요구까지 처리하더라도 국회의장 권한에 들어가 있는 ‘의사일정 변경’에는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