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술 ‘보조공학’
음성을 글자로 변환해 소통장벽을 넘다
사무행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김 모(45·여)씨는 양쪽 청력 고도 난청으로 2019년에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은 청신경에 전기 자극을 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만 기계음을 통한 소리는 선명하게 인식하기 어려워 전화나 온라인 회의할 때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 평소에도 전화문의가 오면 잘 들리지 않아 되묻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메일을 통해 내용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직장 동료가 장애인고용공단(공단)에서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고 있으니 문의해보라고 권했다. 이에 공단 홈페이지에서 ‘보조공학기기 안내서’를 다운받아 여러 기기들의 이미지와 사양을 확인 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보조공학센터에 방문해 기기를 직접 체험해봤다.
공단 관계자는 1인당 1500만원(중증 2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김씨는 최대 본인부담금 10%가 있지만 원하는 기기가 300만원 초반이라 우선 공단 관할지사에 신청했다. 신청 후 공단 담당직원과 만나 장애상태, 직무, 근무 환경 및 여건, 지원 필요성 등 상담평가를 받고 최종적으로 기기를 지원받았다.
지금은 일터에서 보조공학기기가 없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의사소통 기기를 사무실 전화기와 태블릿 또는 노트북에 연결해 사용하면 상대방의 음성이 실시간으로 문자로 변환돼 큰 화면에 보여준다. 이를 통해 상대방의 말을 잘못 이해하거나 되물을 필요가 없어져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더욱이 온라인 교육 및 회의할 때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더라도 보조공학기기를 활용하면 그 내용을 실시간 변환된 텍스트로 볼 수 있어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다. 그는 보조공학기기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소통의 장벽을 넘고 새로운 업무의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대화중 음성을 자막으로 변환해 안경(AR 스마트글라스)에 띄우는 기기도 지원받을 수 있다. 기술발전이 청각장애인에게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6월 4~6일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대한민국 최대 보조공학기기 박람회가 열린다. 그가 매년 열리는 박람회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더 많은 새로운 기기들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