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지방정부, 법정용어 아니다"
충청메가시티 조건부 승인
강원·전북은 영문 ‘State’
대통령도 공식·공개 사용
충청권 4개 시·도가 24일 광역 공동사무를 추진할 특별지방자치단체(충청 메가시티) 규약을 고시하면서 ‘충청지방정부연합 규약’을 공식 용어로 사용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공식 법률용어로 지방정부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정안전부가 규약을 사전승인하면서 ‘조건부 승인’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4일 행안부 등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특별지방자치단체 규약에 지방정부 용어를 공식 사용했다. 행안부는 특별지자체 출범을 위한 실무준비 등이 진행될 수 있도록 규약을 승인하면서 ‘올해 11월 30일까지 명칭을 변경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지방정부 용어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지방정부 용어는 올해 초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때도 문제가 됐다. 전북도가 영문명을 지방정부를 뜻하는 ‘Jeonbuk State’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전북도는 정문 앞 표지석에도 이를 새겼다. 도는 행안부에 공문을 보내 이 영문명을 사용하겠다고 요청했지만, 행안부는 ‘적절치 않다’며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전북도는 지금도 이 영문명을 사용 중이다. 24일 현재 전북도 공식 누리집 첫 화면에 다음달 25일 열리는 ‘제1회 전북포럼’을 안내하면서 영문명으로 ‘2024 Jeonbuk State Forum’을 사용했다.
강원도 역시 2022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영문표기로 ‘Gangwon State’를 사용 중이다. 과거 ‘Gangwon-Do’ 또는 ‘Gangwon province’ 대신 지방정부를 뜻하는 ‘State’를 사용한 것이다.
지방정부 명칭 사용은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자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내용이다.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도 지방정부 명칭 사용을 공식 건의했다. 협의회는 지난해 6월 울산에서 열린 시·도 대표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 대신 지방정부 사용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앞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도 지방정부 명칭 공식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해 1월 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을 당시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방정부 용어 공식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자체들은 지방정부라는 명칭 사용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관계를 규정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30년 전 지방자치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중앙정부가 대등한 관계가 아닌 종속적인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자치단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윤석열정부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한 만큼 지방정부 명칭 사용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도 지방정부 명칭 사용을 공식화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023년 첫 국무회의 마무리발언에서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공식 사용했다. 2022년 12월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지방 4대 협의체 회장단과 비공개 만찬 당시 이철우 시도지사협의회장 등의 요청에 답한 것으로 해석됐다. 만찬 당시 참석자들은 법적 용어인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정부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윤 대통령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후 여러 차례 공식·공개 석상에서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