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2만명 탈당에 ‘당혹’…이 대표 “포기 말라” 읍소
강성당원들 “배신” 지도부 “당원권 강화” 달래기
“권리당원 172만명, 민주주의 국가 활동당원 1위”
윤 대통령 지지도 한달째 20%대 머물러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 후폭풍 수습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1주일 새 탈당자가 2만명에 달하면서 강성지지층의 반발을 넘어 당원들의 요구가 국회의원들의 선택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신뢰의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포기하고 탈당할 것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회초리를 들어달라”고 읍소했다. 핵심지지층의 반발이 당장 정당지지도 하락을 넘어 정국운영의 핵심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떠날 결심을 한 오랜 동지들께 보내는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당을 떠나겠다는 말씀들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듣고 있다”며 “탈당자 총수가 2만명을 넘어서는 것도 문제지만 탈당자 중 민주당과 함께 수십년 풍파를 견뎌오신 백전노장들이 많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리인이 주권자의 뜻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불신, 배신감이 더욱 컸음을 절감한다”라며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이는 ‘당원 중심 대중정당’을 제대로 구현할 때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벌어진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 결과과 당원들의 기대와 어긋났다는 주장에 대한 해석이다.
이 대표는 이어 “포기하고 탈당할 것이 아니라 당의 주인으로서 회초리를 들어 민주주의를 위한 여러분의 도구로 바꿔 달라”며 “함께 힘 모아 ‘당원중심 대중정당’, ‘민주주의 혁신’의 새 길을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 운영과 당내 선거, 공천, 정책결정 과정에서 당원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강화하는 방안, 당원국 설치 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의 당원권 강화 논쟁은 지난 5월 16일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당선인을 꺾고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원회에서 “여론조사 꽃에 의하면, 민주당 지지율이 전화면접 7.2%p, ARS 8.9%p 빠졌다. 리얼미터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6.1%p 하락했다.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한 정당의 지지율이 이렇게 큰 폭으로 출렁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태”라면서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을 왜 몰라주냐, 당원과 지지자들의 요구가 왜 묵살당하느냐에 대한 당원과 대중의 실망과 분노가 탈당과 지지율 하락으로 의사표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당지지도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대표의 진단도 비슷하다. 이 대표는 23일 부산에서 열린 당원 콘퍼런스에 참석해 “의장선거 결과에 대해 엄청난 기대, 신뢰, 믿음, 애정을 많이 가졌는데 ‘변한게 없네’라며 실망이 클 거라 생각한다”면서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를 찍은 분들이 여러분의 의사에 반하는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리인을) 선출한 사람은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자기 뜻에 따라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선출된 사람은 자유롭게 판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도 하다”면서 “되도록 당원, 지지자들의 민도와 시민의식이 높으니까 주권자의 의지에 맞춰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당원 권한 강화가 강성 지지층의 당 장악력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과격한 주장과 행동을 하는 일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당이 휘둘리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일부’라고 치부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4월말 기준 권리당원이 172만명으로 민주주의 체제 국가에서 인구수 대비 활동 당원수가 가장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당은 22~23일 제22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당원권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당원 중심 정당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당원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는 시스템을 더욱 확대하고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4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5월 4주차 정당지지도 조사(21~23일. 1001명. CATI.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31% 국민의힘 29% 조국혁신당 11% 개혁신당 4%였다. 국민의힘이 2주 전보다 5%p 하락했는데 총선 백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겪는 한편,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따른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 표 단속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29% 국민의힘 24% 조국혁신당 11%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선 긍정 24% 부정 67%로 4월 4주차부터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주장과 관련해 ‘지급해야 한다’ 43% ‘지급해선 안 된다’ 51%였다. 중도층과 무당층에선 반대가 각각 53% 50%였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