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정신’ 논쟁
지도부, 윤 대통령 비판 활용
김진표, 협치정신 부재 지적 ‘개딸’과 ‘노사모’ 차이 부상
다양성, 대화와 타협, 의회주의 등 ‘노무현정신’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해석이 분분해 주목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이 노무현정신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비판의 도구로 사용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강성지지층 중심의 당 운영도 노무현정신과 거리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2일 이재명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페이스북에 “우리는 ‘노무현 없는 노무현의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했다. 같은날 민주당 논평에서도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권은 ‘노무현 정신’을 짓밟고 대한민국을 ‘그들만 사는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거부권을 남발하는 고집불통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한 집권 여당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국민을 배반하고 민의를 거역한 대통령에게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조만간 임기를 마치고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갈 김진표 국회의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정치의 길로 이끈 김대중 대통령,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만든 노무현 대통령의 꿈인 국민통합과 협치, 정치개혁을 이어가지 못했다며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대 양당 간 대결의 정치 등을 해소하기 위한 ‘협치의 정신’을 당부하며 “새로운 국회에서는 당리당략과 유불리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상생의 정치, 대화와 타협의 국회, 진정한 의회주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과다대표 논란을 빚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수용하는 ‘당원 민주주의’에 속도를 내는 반면 김 의장은 ‘노사모’의 비판의식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대리인이 주권자의 뜻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불신, 배신감이 더욱 컸음을 절감한다”며 “어떤 후보가 더 유능하냐는 이성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왜 우리 마음을 인정해 주지 않느냐는 정서적 문제라는 지적도 아픈 지점”이라고 했다.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추미애 전 장관이 탈락하고 우원식 의원이 당선된 이후 ‘개딸’ 등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집단 탈당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달래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21대 국회를 돌아보면 진영정치와 팬덤정치의 폐해가 더 커졌다”며 “당원이기 이전에, 자기를 공천해 준 정당에 대한 충성 이전에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덤인 ‘노사모’를 언급하며 “노무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한 ‘건강한 팬덤’이었다”며 “지금의 극단적 팬덤은 상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좌표를 찍고 집중 공격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본령을 훼손하는 것을 목표로 해 안타깝다”고 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노사모는 윤 대통령 당선이후 윤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비판적 지지층의 역할을 했다”면서 “민주당이 강성지지층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은 나중에 후과가 클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