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이탈표’에 당정관계 좌우…17표냐, 10표냐, 3표냐
여, 이탈표 막으려 강온 전략 … “싫으면 탈당” “자리 줄께”
17표 넘기면 당정 파탄 … 10표도 충격 상당 … 3표면 안도
국민의힘이 오는 28일 ‘채 상병 특검법’ 재투표를 앞두고 가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이다. 재투표에서 ‘당론’을 따르지 않는 이탈표의 규모에 향후 당정관계가 달렸다는 전망이다. 이탈표가 상당 규모로 확인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당정관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재투표를 나흘 앞둔 24일 국민의힘은 이탈표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당 소속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반대표를 거듭 당부했다. 추 원내대표는 “거대 야당은 사건 진상을 파악하기보다 수사 중인 사안을 정쟁으로 몰아가기 위한 특검법 통과를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위헌적 법률을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기에 대통령이 헌법상 고유권한인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게 당연함에도 민주당은 정치공세로 악용하며 탄핵까지 운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당 지도부는 특검법 반대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하고 의원들의 ‘이탈’을 막고 있다.
일부 여권 인사는 찬성표를 던질 거면 “탈당하라”고 압박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안철수 의원 등 해괴한 논리로 특검 찬성을 하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 채 상병 특검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는데 특검을 찬성한다면 당을 떠나라. 그게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당선인도 YTN 라디오 ‘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 “우리 당에서 이걸(특검법을) 찬성하겠다, 이 당에 그분들이 계속 있어야 하느냐 이 부분에 대해 그분들도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58명에 달하는 낙선·낙천 의원을 인사권으로 다독이는 모습도 엿보인다. 여권은 총선 이후 정국을 염두에 두고 공공기관장 자리를 대거 비워 놨다. 강원랜드와 한국투자공사 등 90곳에 달한다. 용산과 당 지시만 잘 따르면 공공기관장으로 보내줄 수 있다는 ‘암묵적 거래’가 가능할 수 있다. 한 낙천 의원은 23일 “공공기관장 보내준다는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재투표에서는) 반대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탈표 규모를 놓고는 예측이 엇갈린다. 만약 17표를 넘겨 가결되면 당정관계는 사실상 파탄 국면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을 특검 정국으로 몰아넣은 여당과의 관계 재정립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17표를 넘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판을 뒤집지는 못하지만 이탈표가 두 자릿수에 육박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일부에서 나온다.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김 웅 의원은 “(이탈표는) 10명 이상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도 이탈표를 10표 정도로 예상했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7표에서 10표 사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이탈표가 10표에 육박하면 이 역시 당정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야권은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 특검법’까지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그때 재투표에 부쳐졌을 때 이탈표가 8표를 넘기면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28일 표결에서 이탈표가 두 자릿수에 육박한다면 윤 대통령이 받을 충격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여당 지도부와 친윤에서는 이탈표가 미미할 것으로 기대한다. 조정훈 의원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탈표가 한두 표는 나올 수도 있겠다”고 자신했다. 김 웅 의원은 23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탈표가) 10표 아래로 나오면 우리 당은 궁극적으로 존립이 어려울 것이다. 이젠 대통령의 잘못만이 아니라, 그동안 ‘방조범’이었던 국민의힘은 ‘공범’이 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