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GDP 성장률 2.5%로 수렴되나, 문제는 소비 회복
한은·KDI·투자은행 등 잇따라 상향
수출회복이 견인, 대외여건은 불안정
민간소비, 높은 체감물가로 회복 더뎌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예상치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지정학적 위기와 이에 따른 대외 경제여건의 불안정성, 고물가와 고금리 지속 등에 따른 국내 소비부진으로 변수도 많다는 지적이다.
GDP 통계를 공식 집계하는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2.5%로 올려 잡았다. 한은 스스로도 지난 2월 전망치보다 ‘상당폭’ 웃돌 것이라고 밝히는 등 비교적 큰폭의 수정치다. 이에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6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2%에서 2.6%로 수정했다. 이밖에 JP모건 등 해외 투자은행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6~2.8%까지 상향 조정했다.
대부분 기관이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올려잡은 데는 올해 1분기 깜짝 성장세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1분기 실질GDP 성장률(속보치)은 전분기 대비 1.3%로 당초 예상보다 두배 가까이 높았다. 결정적으로 수출이 크게 호조를 보였고, 민간소비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고, 올해 성장률을 견인하는 첨병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한은은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5.1% 증가하고, 수입은 2.4%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2월 전망치(520억달러)보다 늘어난 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IT경기 상승과 주요국 경기회복 등에 힘입어 수출이 견조한 가운데 소비 성장경로도 상향 조정되면서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교적 낙관적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예상대로 수렴될지는 미지수다. 대내외 변수가 워낙 많고, 무엇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와 금리가 소비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상승률을 1.8%로 전망하면서 상반기(1.4%)와 하반기(2.2%)가 크게 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소비회복의 근거로는 “물가 둔화, 기업수익 증가에 따른 가계소득 여건 개선에 힘입어 점차 회복세가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문제는 낙관적 전망의 근거인 물가와 가계수입 증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은도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3%에서 2.4%로 올려 잡을 만큼 좀처럼 고물가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식료품과 에너지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하반기 2.1%로 오름세가 더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올해 초처럼 과일과 채소 등 장바구니물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낙관하기는 이르다.
여기에 국제유가는 언제라도 급변할 수 있어 단순히 수치로만 가늠하기 힘든 체감물가와 소비의 상관관계를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계소득 증가도 물가상승에 따라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어 하반기 개선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실질소득은 1.6% 감소한 데서도 고물가의 파장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과 관련 연간 2.5% 성장을 예상하면서도, 대외 경제여건 등 변화에 따라 낙관적 시나리오(2.6%), 비관적 시나리오(2.3%)를 대안적 전망으로 함께 내놨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