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칙 훼손 논란…국민연금 소득대체율·종부세까지
지도부 ‘실거주 1주택 비과세’ 언급에 국민의힘 즉시 “환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45%→44%, 국민의힘안 수용
시민단체진보당·민주당 지지층 ‘강력 비판’에 내부논란 예고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지켜왔던 원칙과 명분에 대한 수정이 이어지면서 비판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애초 50%에서 44%까지 내리겠다며 이재명 대표가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진보진영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민주당 부동산정책의 상징인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놔 파장을 확산시켰다. 이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한 번 언급했다가 지도부가 나서 진화한 사안이었다.
27일 민주당 모 최고위원은 “종부세에 대해서는 호화주택을 제외한 실거주 1주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쪽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지도부가 논의한 것은 아니지만 의견이 대체로 모아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이념정당이 아닌 실용정당이 되어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종부세를 목숨처럼 생각하면서도 그 경계를 허무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종부세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여러 예외조건과 완화조치로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이루기엔 누더기가 되어버렸다”며 “시장재이면서도 필수재인 부동산은 시장재 역할을 하는 곳에는 투기행위를 근절시키고, 필수재 역할을 하는 곳에는 조세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년을 버텨온 종부세를 이제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총체적인 재설계를 해야 한다”며 “종부세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성역으로만 여기지 말고 젊은세대가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하기 위해선 어떤 제도설계가 필요한지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종부세 완화 논란은 박 원내대표가 취임 직후 언론인터뷰에서 밝히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박 원내대표는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개인 의견”이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고 최고위원이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리면서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자 전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종부세 개편 방안에 대한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며 “22대 국회에서 과도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당내 비판이 만만치 않다. 친이해찬계로 불리는 최민희 경기 남양주갑 당선인은 “고 의원의 종부세 폐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부동산, 금융 등 자산 불평등 심화를 막고 공정사회를 실현한다’는 문구가 적힌 민주당 강령을 올렸다.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이날 라디오인터뷰에서 ”“당신들이 평소에 느꼈던 문제, 개인적 견해를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당내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불합리한 점을 개선, 보완해 나가면 되는 문제”라며 “다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지향까지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갑자기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방안인 ‘소득대체율 44%’를 놓고도 진보진영의 비판이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지만 민주당의 오랜 연금개혁 방향과 크게 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연금개혁 소득대체율은 언제 다시 바꿀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핵심내용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50%→45%→44%로 내리면서 합의에 앞장서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가 직접 진두지휘하는 상황이라 민주당 내부에서는 적극적인 반대의견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진보진영에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들어갔던 진보당은 논평을 통해 “윤석열정부는 정부의 연금안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않으면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고, 국민의힘 또한 집권여당으로서의 응당한 책무를 도외시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하여 이재명 대표의 느닷없는 제안이 명분을 얻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그간의 과정과 우리 시민의 의사를 존중하여 ‘소득대체율 50%’ 결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번 국회 중에 처리되어야 한다”며 “거대여야 모두의 각성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전날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은 이 대표가 국민의힘의 절충안인 ‘소득대체율 44%’ 수용에 “소득대체율 50% 확보는 지난 세월 노동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연금 운동의 상징이고,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민 다수가 이를 지지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이 대표의 소득대체율 44% 수용 발언은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