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그림자 | ① 사라진 정치
거대양당, 대화·타협 부재…“다른 당 의원 안 만나”
노무현서거·박근혜탄핵·국정독주 … 여론양극화 확산
지지층에 기댄 팬덤정치 기승 … 대통령의 역할 중요
21대 국회 4년간 국회에서 거대양당의 반목은 더욱 극단화됐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졌고 비난과 ‘내로남불’ 비판이 이어졌다. 국회 밖에서 여야 의원들이 겸상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보좌진간 교류도 끊어진 지 오래다. 국회 상임위, 본회의장에서는 노골적인 비아냥과 모욕이 이어졌고 이는 회의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여야 지도부가 아침마다 쏟아내는 ‘모두발언’은 서로 헐뜯고 깎아내리는 경연장으로 전락했다. ‘친윤’ ‘친명’ 단일체제의 강고함과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팬덤 정치’는 ‘정치’가 설 자리를 없애 버렸다.
27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2017년 탄핵과 2019년 패스트트랙을 거치면서 여야간 반목의 골이 깊어졌다”며 “이는 2020년부터 시작한 21대 국회 4년 내내 더욱 가파르게 확산됐다”고 했다.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려면 공식적인 만남 이외에도 비공식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의 입장과 상황, 고민을 나누고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과정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얘기다. 앞의 핵심관계자는 “거대양당 의원들은 서로 만나지도 않고 모임도 갖지 않는다”며 “거대양당의 보좌진 교류나 모임도 없다”고 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는 한 중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친노그룹과 친박그룹으로 갈라진 두 정당이 상대를 악마화하는 극단적 반목을 만들어냈다”며 “이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것만 옳다는 방식의 사고와 국정운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반목의 출발점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다. 탄핵 여파로 대선에서 이긴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4년 동안 ‘국민통합’보다 ‘검찰개혁’ ‘적폐청산’에 몰두했다.
이를 두고 당시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은 ‘국민통합’이 0점이면 국정운영에서 100점 받아도 평균인 50점이 아니라 0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통합 부재는 그대로 국회에서의 상호 반목으로 이어졌다. 제 1당이면서 여당인 민주당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검수완박을 위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키면서 여야는 대규모 고발전에 들어갔다.
결국 20여명이 불구속 기소됐고 ‘뿌리 깊은 앙금’으로 남았다. 21대 국회는 이러한 불신과 반목이 가득한 ‘무정치 시대’로 이미 접어든 시점에서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2년, 윤석열정부 2년 동안 극단적 반목이 심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말까지 ‘검찰과의 전쟁’에 주력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의 만남 거절, 부적격 인사 임명 강행과 거부권 행사로 야당 주도의 입법부를 무시했다.
한 중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거치면서 친노그룹과 함께 친박그룹이 강성화되면서 두 정당이 갈라졌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극단적 반목을 만들어냈다”며 “이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것만 옳다는 방식의 사고와 국정운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