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국채·대출금리 급등…기준금리 7월 인상?
국채 10년물 12년 만에 최고치 1.025%
시중은행, 주택론 장기고정금리 2% 육박
일본은행 내년말 정책금리 0.8% 수준 예상
장기간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해 온 일본도 빠르게 금리가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을 주된 목표로 하는 일본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일본 국채시장에서 10년물 신규발행 국채금리는 지난 주말보다 0.020% 높은 1.025%에 거래를 마쳐 2012년 4월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조기에 금융정책을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며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가 27일 국제컨퍼런스에서 한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올해 1월 0.555% 수준이던 금리는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해 5월 말(0.410%)에 비하면 더 큰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 국채금리의 상한을 1% 수준에서 묶어두고 이를 위해 무제한 국채매입을 지속하겠다고 한 결정에도 불과 두달 만에 상한이 깨진 셈이다. 지난 22일 일본 재무성이 신규 발행한 국채 40년물의 경우 복리 기준으로 2.270%까지 치솟아 3월(1.905%) 발행물에 비해 크게 뛰었다.
일반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24일 발표한 올해 3월 일본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 평균금리는 6개월 이동평균기준 0.803%로 2월보다 0.1%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월 일시적으로 0.878%까지 치솟았던 이례적인 상황을 빼면 2016년 1월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으로 0.8%대를 넘어선 것이다. 잔액기준 대출금리도 0.804%로 202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급하게 오르는 데는 시장금리 지표의 하나인 일본도쿄은행간 거래금리(TIBOR) 1개월물 금리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대출잔액의 80~90%는 시장금리와 연동한 변동형 금리여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일부 장기 주택대출 고정금리는 2%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예컨대 일본 최대 시중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의 30년 장기고정금리는 지난 5월 초 기준 1.870%까지 상승했고, 10년 고정금리(1.06%)도 1%를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0.345%)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다만 변동금리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한편 각종 시장금리와 예대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본은행이 이르면 7월쯤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근 일본은행이 국채매입 금액을 줄이면서 금리인상 시점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일본은행이 국채매입을 줄이면서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켰다”며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15%p 가량 올려 0.25%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현재 하루짜리 무담보 콜금리를 정책금리로 운용하고 있는데, 지난 3월 회의에서 0.0~0.1% 수준으로 유도하는 금융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소폭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관련 ESP포케스트가 이번달 경제전문가 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5년 말 기준 일본은행 정책금리는 0.7~08%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답변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부는 1%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편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27일 국제컨퍼런스에서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예상을 제로%에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본다”며 “2% 물가안정목표를 향해 주의를 기울이며 진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같은 자리에서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도 “인플레 예상을 2%로 하는 데서 커다란 과제는 남아있다”면서도 “디플레와 제로금리와의 싸움에서 종언을 고할 수 있는 시야에 들어왔다”고 한발 진전된 발언을 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추가적인 금융정책 정상화를 위해서는 2% 물가안정 목표치로 수렴되는지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날 우에다 총재 등의 발언에 대해 일본언론과 시장은 금융정책 정상화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다만 일본 총무성이 최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2% 상승해 2월(2.8%)과 3월(2.6%)에 비해 물가오름세가 빠르게 둔화하는 흐름을 보여 2% 물가안정목표에 대한 확신을 못하는 흐름도 여전하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