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도 특검도…여론 눈치 보며 시간만 끄는 여당
“국정이슈도 민주당에 끌려가” “무기력” 내부 한탄
나경원도 ‘선 모수개혁’에 무게 … 당 지도부 ‘난감’
여당 소극대처 속 민주당, 수권정당 이미지 차곡차곡
“총선백서 권력투쟁하는 동안 (중략) 이재명 대표로부터 연금개혁 선방을 맞았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백서정치, 권력투쟁 아닌 대야 정책 투쟁을 해야 한다. 총선에서 패한 것도 모자라 연금개혁같은 국정이슈에서도 민주당에 끌려갈 것인가.”(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
여당이 정치 이슈도, 민생 이슈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해외 직구 금지령 번복, 공매도 재개 엇박자 등으로 ‘무능력’ 논란을 불렀다면 여당은 채 상병 특검법 관련 이탈표 논란, 연금개혁 주도권 박탈 등 ‘무기력’ 수렁에 빠졌다는 한탄이 나온다.
28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되는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여당은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부결 당론’을 정할지 여부를 논의한다. “이 정도 되면 강제적 당론이 가능하다”(황우여 비대위원장)는 의견과 “당론으로 하는 건 입틀막”(조해진 의원)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어 실제 당론으로 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내에선 21대 국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22대 국회에선 어떻게 할 거냐는 한숨이 나온다. 22대 국회에서도 특검법 정국이 반복될 것을 고려한다면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지만 여당의 새로운 시도는 없었다.
당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한 당직자는 “(채 상병 사건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시간을 벌다 보면 상황이 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밖에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지금은 상당히 높지만 공수처 수사 결과에 따라 여론이 특검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쪽으로 선회하길 바라며 시간을 끄는 정도라는 뜻이다.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민생 이슈에서도 여당의 별다른 전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주부터 21대 국회 처리, 소득대체율 44% 수용 등을 내놓으며 강하게 압박했을 때 국민의힘 대처는 ‘지금 말고 다음 국회에서 더 잘 개혁하자’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강조했던 주요 국정과제가 연금개혁인데 사실상 여야 합의를 본 부분마저 다음 국회로 미루자는 여당 주장은 명분에서 밀렸다.
결국 당내에서도 연금개혁의 첫 단추라도 끼우자는 ‘첫 단추론’이 속출하고 있다. 당권주자들 중에서도 윤상현 의원에 이어 나경원 당선인까지 첫 단추를 꿰야 하지 않느냐는 쪽으로 기울었다.
나 당선인은 전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이상적인 연금개혁은 올해 안에 구조개혁을 포함해 모두 다 한번에 끝내는 게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국회 원구성이 녹록지 않고 여야 대립이 예상된다”며 “(이 대표가 제안한 연금개혁 안에 대해) 처음에는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첫 단추라도 끼워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나 당선인에 앞서 여당 내에선 윤 의원, 국회 연금특위 위원인 김미애 의원, 윤희숙 전 의원이 선 모수개혁에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내 여론도 흔들리는데 여당이 선택한 것은 또 시간끌기 전략으로 보인다. 21대 국회가 29일로 임기가 끝나면 선모수개혁 논의도 중단되니 하루만 버티자는 것이다. 이처럼 여당이 시간끌기로 일관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민주당은 ‘반윤석열’ 프레임에서 서서히 빠져나와 민생이슈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수권 정당 이미지를 구축하는 중이다. 최근 주도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연금개혁안과 당 일각에서 제기된 종부세 폐지론 등은 민주당이 적극 지지층에게 너무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도 중화하는 효과가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층에게 어필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정책실장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연금개혁같은 민생이슈를 섞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영리하다”면서 “맨날 탄핵만 하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방향전환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종부세 등을 제기하며) 민주당에 왼손만 있는 게 아니라 오른손도 있다고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민 오른손을 받고 확 끌어당겨야지 손사래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