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서방, 러 본토 타격 허용땐 심각 결과”

2024-05-29 13:00:01 게재

마크롱 “허용해야” 주장

EU 국방장관 회의선 논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럴 경우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키스탄 순방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 특히 작은 국가들은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노는지 알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작고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들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하기 전에 이를 명심해야 한다”며 위협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독일을 국빈 방문 중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러시아 군사기지를 무력화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숄츠 총리는 동의하지 않았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를 러시아 영토 공격에 쓰지 않는다는 제한을 풀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 유럽연합(EU) 국방장관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지만 회원국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야 한다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주장을 거론하며 “장거리 정밀 무기는 우주 정찰 능력 없이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이 경우 서방이 직접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외국 용병으로 가장해 장거리 정밀 무기를 관리하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이즈베스티야, 로시야1 등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서방에는 완전히(절대적으로) 무책임하고 도발적인 발언을 하는 성급한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러시아 본토 공격에 동의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비우호적 행동이 아니라 적대적 행동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군은 이를 알고 있으며 필요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다면 완충지대 설정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제2 도시 하르키우 공세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완충지대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이는 6개월 전에 우크라이나에 경고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우크라이나 의회(베르호우나 라다) 의장에게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며 “엄밀히 말하면 우크라이나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인 권력은 의회와 의회 의장뿐”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2021년부터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은 집권 여당 ‘국민의 종’의 루슬란 스테판추크가 맡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일로 5년 임기가 종료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적법성에 대한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적법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과만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3월 대통령 선거를 치렀어야 했지만,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으로 계엄령이 발령됐다는 이유로 헌법을 근거로 대선을 취소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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