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지방소멸 지역불균형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최대 난제다. 무엇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해온 중앙정부 주도 정책들이 사실상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방정부 주도의 현장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 특히 행정안전위원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자체마다 속속 입법과제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역 정책을 담당할 행안위에 대한 요구가 높다.

실제 지역별 현안 법안들이 산적해있다. 대부분 21대 국회 통과가 무산돼 22대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그 중 하나가 지역 맞춤형 특별법들이다.

제주 강원에 이어 전북까지 특별자치도로 전환하자 다른 지자체들도 들썩이고 있다. 전남도는 22대 국회 지역 1호 법안으로 ‘전남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역점사업인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중앙정부 권한을 도지사에게 이양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부산과 인천도 지역 맞춤형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부산은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인천은 글로벌경제거점도시 특별법을 각각 내걸었다. 두 법안 모두 21대 국회 통과가 무산된 만큼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해당지역 1호 법안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에도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충청지방정부연합을 추진 중인 충청권도 같은 기대를 품고 있다. 경기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법 제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역시 지역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법안이다. 세종법원 설치법도 풀어야 할 숙제다.

주민자치와 공동체 지원 같은 풀뿌리 민주주의 의제들도 있다. 지역화폐와 지방재정분권 기후위기 등도 지역이 떠안고 있는 숙제다. 안전 문제도 있다. 21대 국회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 과제들이 상당하다. 정부도 재난안전법을 개정해 지자체 CCTV통합관제센터 설치·운영과 영상정보 공유 근거 등을 담겠다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때처럼 영업제한 등 국민 권리를 제한한 경우 국가가 손실보상 의무를 지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재난안전 분야 입법과제들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2대 국회 행안위에 단체장·지방의원 출신들이 대거 배치될 것으로 보여 지자체들의 기대가 더 커졌다. 아직 원 구성 전이지만 배치를 희망한 의원 명단을 보면 기초자치단체장·지방의원 출신들이 대거 배치될 전망이다. 서울 구청장 출신인 김영배·채현일·이해식 당선자가 행안위 배치를 신청했다. 또 박정현·복기왕·황명선 등 충청권 기초단체장 출신 당선자들도 행안위 배치가 유력하다. 행안위 배정을 희망한 이광희·임미애 당선자는 광역의원 출신이다.

벌써부터 구체적인 법안 제·개정 의지를 보이는 당선자들도 있다. 한병도 당선자는 “지역소멸위기법안을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한 당선인은 21대 국회에서도 고향사랑기부제법 제정을 주도하는 등 소멸위기지역 대응과 인구감소 문제와 관련한 입법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대전시의원과 대전 대덕구청장을 지낸 박정현 당선자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박 당선자는 “우리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졌다”며 “국회 입법을 통해 지방정부를 지원하고 당면 현안을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