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당권주자 쟁점 떠오른 개헌·연금·특검
나경원 안철수 유승민 윤상현, 각종 이슈에 갑론을박
나, 임기 단축 개헌 논란되자 “대통령 흔드는 것 반대”
연금개혁 입장 제각각 … 김 여사·채 상병 특검 시험대
한동훈, 직구금지 반대 후 침묵 … “줄타기하나” 압박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준비에 시동을 거는 가운데 예비 당권주자들이 각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던진 연금개혁안은 물론 임기 단축 개헌 등에 대해 주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핵심 현안이 될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에 대한 입장도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29일 여당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가장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주제는 개헌이다. 유력주자로 평가되는 나경원 당선인이 가장 먼저 치고 나왔다가 논란이 일자 일단 수습에 나섰다.
전날 나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과 현 정권을 흔들기 위한 정략적 의도의 개헌 논의는 반대한다”면서 “탄핵 야욕을 개헌으로 교묘히 포장하는 일부 야당의 주장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앞서 2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에서 임기 단축 개헌과 관련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 먼저 얘기하기 조심스럽지만 개헌을 논의할 땐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되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나 당선인의 “모든 것을 열어놔야 한다”는 입장이 알려진 후 여당 지도부는 바로 견제에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회의에서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식의 문제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쐐기를 박았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지금의 임기 단축 개헌론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동조세력이 윤석열정부를 조기에 끌어내리기 위한 선동 프레임”이라며 임기단축 개헌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29일에는 ‘친윤’ 주자 가능성이 일부 거론되는 권성동 의원도 나서 “총선을 전후해 소위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론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면서 “이런 식의 개헌 논의를 단호하게 반대한다. (중략) 오직 현직 대통령을 흔들어보겠다는 정략적 암수로 점철되어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22대 국회 과제로 넘어간 국민연금 개혁, 채 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한 당권주자들의 입장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나 당선인과 윤상현 의원은 ‘선 모수개혁’에 힘을 싣는 쪽이었다. 나 당선인은 27일 토론회에서 “구조개혁까지 포함해 한번에 끝내면 좋겠지만 모수개혁이라도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연금개혁에 대한 이 대표의 제안이 있기 전부터 ‘선 모수개혁’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윤 의원은 21대 국회가 마무리됐으니 22대 국회 첫 안건으로 모수개혁 안건을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구조개혁 병행을 강조하는 쪽이다. 안 의원은 이 대표가 제시했던 모수개혁 안에 대해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면서 “이재명식 연금개혁은 청년들과 미래세대에게 크나큰 고통을 떠넘기고 연금제도를 파탄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도 이 대표의 제안과 관련해 “미래세대를 위해 정말 필요한 변화를 추진하는 게 개혁이지 포장지만 바꾼다고 개혁이 되느냐”면서 “구조개혁과 재정투입을 모수조정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재추진을 예고한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도 당권주자들이 어떤 입장을 낼지도 주목된다. 나 당선인, 윤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을 반대하며 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채 상병 특검 찬성 입장이다. 특히 안 의원은 재표결 당일에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 전국전당화를 위한 혁신과 재건의 첫걸음으로 채 상병 특검 수용을 충언한다”며 찬성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각종 현안을 놓고 갑론을박 중인 당권주자들과 달리 일단 침묵을 유지중이다. 한 전 위원장은 정부의 ‘해외직구 금지’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힌 후 떠오른 이슈들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선 한 전 위원장이 정말 당대표 출마 의지가 있다면 예민한 이슈를 외면하지 말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당권주자라면 용기를 갖고 본인 소신을 밝혀야 한다”면서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건 결국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민심 사이에서 줄타기하려는 모습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