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생지원금, 차등지원도 수용”
정부·여당에 선별지금 협상 공식 제안
연금개혁안 이은 민생이슈 주도 의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민생회복지원금을 똑같이 지급하라는 주장을 하지 않겠다”면서 “보편적으로 동일한 지원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이게 어렵다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안에서 여당의 주장을 수용한 것에 이어 민생지원금을 놓고 여권과 협상의 여지를 열고 선제안에 나선 것이다. 22대 국회 개원과 맞물려 민생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의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반드시 똑같이 지급하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가급적 보편적으로 동일한 지원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이게 어렵다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차등 지원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으로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매칭지원을 하는 것도 수용하겠다”며 “일정 소득 이하는 정부가 100% 지원하되 일정소득 이상에 대해서는 정부가 80% 지원하고 본인이 매칭해서 20%는 부담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30% 부담하고 70%만 지원한다든지 차등을 둘 수도 있다. 100% 지원이 아니라 일부는 본인부담을 하는 것으로 해서 매칭형태로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4.10 총선 전부터 국민 1인당 25만원씩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원하자고 주장해 왔다. 약 13조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정부여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반대했고, 민주당은 법률 제정에 따른 행정집행이 수반되는 처분적 법률을 활용한 특별조치법을 통해서라도 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반대가 워낙 강해 협의 가능성이 낮자 민주당 정책위는 여권과의 협의를 전제로 일부 수정 가능성을 비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보편지급 대신 선별지급 수용을 통해 ‘취약계층 선별지원’을 주장하는 여권 일각의 주장까지 흡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여야의 대립선상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보다는 민생지원금 지급방안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으로 나아가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논의의 진전을 막는 걸림돌을 스스로 제거해 민생 이슈를 선점하는 ‘정책 주도 전략’으로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이 대표는 총선 후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두고 대통령실과 의제선정을 놓고 시각차를 보이자 의제와 관련한 사전조율을 포기하면서 영수회담을 성사시켰다. 또 21대 국회 임기를 1주일 남기고는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소득대체비율을 낮춰 여당의 ‘모수 개혁안’을 수용하며 논의를 제안하고 나서 여권을 당혹케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반대로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보수언론에서도 여당이 민생현안에 대한 야당의 진일보한 제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 안에선 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 개선 등과 관련한 민주당의 전향적 입장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 이익, 공적 이득을 앞에 두고 국민이 기대하는 판단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호응한다면 훨씬 더 많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