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물풍선 이어 무더기 탄도미사일

2024-05-30 13:00:01 게재

30일 오전 동해상으로 10여발 … 350여㎞ 비행 후 탄착, 초대형 방사포 추정

29일 경남 거창군 위천면 한 논에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보이는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 잔해 추정 물체가 발견됐다. 연합뉴스
최근 오물풍선 수백 개를 남한 전역으로 날려 보낸 북한이 30일 오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0여발을 동해상으로 무더기로 발사했다. 오물이든 미사일이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남한 전역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6시 14분께 북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비행체 10여 발을 포착했다”며 “북한 미사일은 350여㎞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그동안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이어져 왔지만 이번처럼 무더기로 쏘는 것은 이례적이다. 비행거리 등으로 미뤄 북한이 주장하는 초대형 방사포(KN-25)로 추정된다. 평양에서 350㎞ 거리에는 서울·대전 등 대도시와 청주·수원·원주·서산 등 주요 공군 기지 소재지가 들어간다.

합참은 “우리 군이 북한 미사일 발사시 즉각 포착해 추적·감시했으며 미국·일본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고, 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 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17일 300㎞를 날아간 단거리 1발에 이어 13일 만이며, 지난 27일 밤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발사체를 쐈다가 공중 폭발로 실패한 지 사흘 만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28일 밤부터 오물을 실은 대남 풍선을 수백개 남쪽으로 날려 보냈고,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교란 공격도 시도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북한이 어제(28일) 오후 9시께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며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에서 오늘 오후 4시 현재 260여 개가 발견됐으며, 현재 공중에 떠 있는 풍선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2016~2017년 연간 1천개 가량의 풍선을 내려보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에 수백개의 풍선을 살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에 북한이 살포한 풍선은 길이가 3~4m에 이르며, 그 아래에 오물과 각종 쓰레기가 들어있는 대형 비닐봉지가 달려있다. 대남 전단(삐라)이 발견되진 않았다.

풍선과 비닐봉지를 연결하는 끈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터지도록 타이머와 기폭장치가 달려 있다. 군은 풍선을 육안이나 열상감시장비(TOD), 레이더 등으로 주시하다가 낙하한 잔해를 수거하고 있으며, 비행 중인 풍선을 격추하지는 않고 있다.

합참은 “지상에 낙하한 풍선은 군의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이 출동해 수거후 관련 기관에서 정밀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북한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으며, 북한의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정면반박했다. 오히려 남한이 원인제공을 했다는 논리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대남 오물풍선을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며 살포를 제지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대한민국 정부에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바”라고 비아냥댔다. 이는 우리 정부가 대북 단체들의 전단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며 금지할 수 없다고 한 것을 비꼬며 자신들도 이에 대응해 “한국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오물풍선을 보냈다는 반박이다. 김 부부장은 특히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오물풍선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풍선이 날아가는 방향에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국제법’이 규정되는가”라며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이라고 조롱했다.

김 부부장은 “앞으로 한국 것들이 우리에게 살포하는 오물량의 몇십 배로 건당 대응할 것”이라고 “계속 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6일에도 김강일 국방성 부상 명의로 낸 담화를 통해 대북단체의 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자신들도 인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저지하지 못해 날린다는 듯한 똑같은 논리를 끌고 와 조롱조로 비난하고 있다”면서 “효과성 없고 긴장만 고조시키는 대북전단 살포는 백해무익하며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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