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노조 창사 이래 ‘첫 파업’ 선언

2024-05-30 13:00:01 게재

‘6월 7일 연차 소진’ 단체행동 지침 … "성과급 지급방식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꿔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1969년 창사 이래 최초다.

전삼노는 29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임금 교섭과 관련한 아무런 안건을 제시하지 않고 노조를 무시한다”며 “이 순간부터 즉각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구호 외치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전삼노와 사측은 지난해부터 수십차례 임금교섭을 진행해왔다.

전삼노 파업 선언은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전날 노사간 본교섭이 파행한 지 하루 만이다. 3개월여 만에 재개된 전날 8차 본교섭에서 노사 양측은 노조가 기피하는 사측 인사 2명의 교섭 참가 여부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전삼노는 “사측이 교섭에 아무런 안건도 준비하지 않고 나왔다”며 파업선언에 대한 책임을 사측에 돌렸다. 이어 “회사는 ‘노조 리스크’라고 얘기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경영 리스크’”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위기라고 하지만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마음이 있고 이 때문에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삼노는 즉각적인 총파업에 나서는 대신 연차소진 등의 방식으로 단체행동을 할 예정이다. 전삼노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6월 7일 연차를 쓰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 이날부터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 숙박 농성을 진행한다.

전삼노는 “아직은 소극적인 파업으로 볼 수 있지만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면서 “총파업까지 갈 수 있고 파업이 실패할 수도 있지만 1호 파업 행동 자체가 의미 있다”고 밝혔다.

조합원 단체행동에 따른 생산차질 우려에 대해서는 “삼성에 타격을 주려는 게 목표가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삼노는 2월 노사 임금협상 결렬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중지 결정을 받고 3월 18일부터 4월 5일까지 전체 조합원 2만7458명이 참여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4%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화성사업장과 서초사옥에서 두차례 압박용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전삼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제도 개선이며 이 부분이 선행돼야 한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것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지급”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3월 29일 노사협의회와 임금조정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지난해(4.1%)보다 1.0%p 인상된 5.1%로 결정했다.

노사협의회와 별도로 사측과 임금교섭을 하던 전삼노는 교섭결렬 선언 후 6.5% 임금인상률, 유급휴가 1일 추가 등을 요구해왔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침체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왔는데 지난해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0%로 책정한 바 있다.

성과급에 대한 불만으로 교섭대표 노조인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지난해 말 9000여명 에서 반년 만에 3배가 넘는 2만8000여명까지 늘었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2% 수준이다.

전삼노는 현재 인공지능(AI) 필수재로 각광받는 HBM 개발을 소홀히 한 전임 경영진이 오히려 100억원대의 퇴직금을 받아가는 등 불공평한 분배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노조는 "이날 성과급 지급 방식을 LG·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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