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일정비율에 따라 분담해 지원하는 무상급식보조금 집행잔액에 대한 환수통보조치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다만 교육청이 지자체를 상대로 보조금 환수통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제기한 행정소송은 "자기가 자기를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대구지법 행정1부(채정선 부장판사)는 29일 대구시교육청이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학교 무상급식 보조금 환수통지 처분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대구시교육청이 보조금을 집행하면서 사업에 드는 경비의 배분을 변경했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전제로 한 대구시의 보조금 환수통지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구시는 지난 2022년 12월 대구시교육청 무상급식비 지원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2019년과 2020년 무상급식 보조금을 집행하면서 당초 책정된 학교별 예산보다 초과 사용하는 등 사업계획 변경과 정산이 부적정했다는 이유로 총 예산분담비율(대구시 42.6%)에 따라 집행잔액을 다시 산정해 과소 반납합 22억6900여만원을 환수하겠다고 교육청에 통지했다.

이는 지방보조사업자가 보조사업 내용을 변경하거나 경비의 배분을 변경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보조금관리법을 위반했다는 게 대구시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교육청은 처분이유 제시의무를 규정한 행정절차법을 위반했고 지방보조금 관련 근거법률도 잘못 제시하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보조금이 아닌 단순한 교부금이며 학교별로 합의된 분담비율에 따라 집행잔액을 정산한 것이지 경비의 배분을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처분사유가 없는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교부금이 아닌 지방보조금에 해당되나 사업계획과 경비의 배분을 변경했다고 볼 수 없다”며 교육청의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과 재량권 일탈 및 남용 주장은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따라 원고 청구를 각하한 이유와 관련 “지방자치단체로서 대구시는 1개 법인이고 사무 영역에 따라 시장과 교육감이 별개 집행 및 대표기관으로 병존할 뿐”이라며 “이 사건 소는 교육감이 대구시를 대표해 대구시장이 대표인 대구시를 상대로 즉 자기가 자기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어서 권리 보호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 정의당 대구시당은 “보조금 환수 처분의 적법성을 살핀 재판부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놓은 것은 당시 대구시의 ‘무상급식 때리기’의 정당성이 없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