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풀고, 박찬대는 조이고…민주당, 협상·압박 병행

2024-05-30 13:00:03 게재

“민생지원금 차등지급 수용” 대여 협상안 제시

정책 이슈 선점 ‘책임 야당’ 이미지 강화 포석

원내에선 특검법·상임위 배분 강공 대응 지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민생회복지원금을 똑같이 지급하라는 주장을 하지 않겠다”면서 “보편적으로 동일한 지원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이게 어렵다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안에서 여당의 주장을 수용한 것에 이어 민생지원금에 대한 기존 입장을 선회하면서 협상안을 다시 제시한 것이다. 22대 국회 개원과 맞물려 민생과 관련한 정책이슈 선점을 통해 책임야당의 면모를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운데)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 회의에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며 자료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의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반드시 똑같이 지급하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가급적 보편적으로 동일한 지원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이게 어렵다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차등 지원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으로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매칭지원을 하는 것도 수용하겠다”며 “일정 소득 이하는 정부가 100% 지원하되 일정소득 이상에 대해서는 정부가 80% 지원하고 본인이 매칭해서 20%는 부담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30% 부담하고 70%만 지원한다든지 차등을 둘 수도 있다. 100% 지원이 아니라 일부는 본인부담을 하는 것으로 해서 매칭형태로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4.10 총선 전부터 국민 1인당 25만원씩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원하자고 주장해 왔다. 약 13조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정부여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반대했고, 민주당은 법률 제정에 따른 행정집행이 수반되는 처분적 법률을 활용한 특별조치법을 통해서라도 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반대가 워낙 강해 수용 가능성이 희박했고, 민주당 정책위는 여권과의 협의를 전제로 일부 수정 가능성을 비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9일 보편지급 대신 선별지급 수용을 통해 ‘취약계층 선별지원’을 주장하는 여권 일각의 주장까지 흡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여야의 대립으로 제자리를 맴도는 것보다 기존 안을 수정해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보는 것이 정치적 성과로 남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내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제1당의 책임정당의 이미지 강화도 기대하는 눈치다.

이 대표는 총선 이후 대여 공세를 이어가면서도 민생과 관련한 정책이슈 논의의 진전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사안을 제거해 협상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 후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두고 대통령실과 의제선정을 놓고 시각차를 보이자 의제와 관련한 사전조율을 포기하면서 영수회담을 성사시켰다. 또 21대 국회 임기를 1주일 남기고는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소득대체비율을 낮춰 여당의 ‘모수 개혁안’을 수용하며 논의를 제안하고 나서 여권을 당혹케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반대로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보수언론에서도 여당이 민생현안에 대한 야당의 진일보한 제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 안에선 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 개선 등과 관련한 전향적 입장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 이익, 공적 이득을 중심으로 민생에 도움이 되는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호응한다면 훨씬 더 많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거부입장을 나타내면서 협의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거대야당의 독주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표과 민생을 위한 실용주의·협상 등을 강조한다면 원내를 책임지고 있는 박찬대 원내대표는 강공전략으로 여권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박 원내대표는 30일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마지막에 14번째 거부권이 나왔다”면서 “총선민심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국민배신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겁하고 쪼잔한 정권, 막가파 국정운영’ 등의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국회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삼권분리 정신을 위협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대통령의 폭주를 민주당은 더 이상 용납하거나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대통령이 남발한 거부권 법안을 민주당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여당이 합의를 거부한 민생위기 특별조치법, 해병대원 특검법 등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면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도 당론으로 확정해 발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야권 주도로 처리했으나 거부권에 막힌 법안을 모두 당론으로 재발의해 입법화 하겠다는 뜻이다.

원 구성 협상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박성준 원내수석 부대표는 “여당과 3주 가깝게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여당은 아직 안 조차 가져오지 않고 있다”면서 “상임위원장 선출시한이 6월 7일까지 1주 남았다. 협상 지연의 책임은 국민의힘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배정하는 안에서 물러설 뜻이 없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체 상임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배정하는 안으로 가겠다는 압박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