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이어 윤 대통령까지 ‘사법리스크’ 도마에
이종섭 통화의혹 ‘눈덩이’ … ‘격노’ 정황 구체화
용산,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 우려 공식대응 자제
“특검 무용 반증” 법리다툼 불리하지 않다 판단도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확산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수사선상에 올랐다. 명품가방 수수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당사자인 부인 김건희 여사와 더불어 대통령 부부가 모두 사법리스크에 노출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야당 “스모킹건” “탄핵사유” 공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잇따르면서 야권의 압박이 거세다.
29일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사건’ 자료를 경찰에 이첩하던 날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 통화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외압의 스모킹건”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통화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 계기가 된 ‘태블릿PC’에 비유하는가 하면, 해당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탄핵 사유라는 주장도 나왔다.
같은 날 ‘VIP 격노설’의 진원지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외에 다른 내부자와의 통화에서도 같은 언급을 한 정황이 김 사령관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야권의 공세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전날 ‘채 상병 특검법’ 방어에 성공한 국민의힘은 통화의혹 진화에 나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에 관한 질의에 “사실 유무 자체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고 해서 특검을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모순”이라며 “공수처가 새 사실을 밝힌다면 수사 결과를 잘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유상범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기본 전제는 이 전 장관의 지휘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이 됐을 때 중요한 부분”이라면 “이 부분은 딱 배제하고 왜 이종섭 장관과 대통령이 통화했냐를 문제 제기한다면 이는 중요한 논점을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어적 태도 일관, 여론 돌아서” 우려 = 대통령실은 말을 아끼며 사건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섣부른 대응이 거꾸로 수사가이드 논란을 낳을 수 있어서다. 실제 법리다툼으로 넘어가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도 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채 상병 사건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의혹이 급격히 증폭돼 우려스럽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자칫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언급은 자제하는 중”이라며 “적절한 대응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장관의 통화 자체에 문제가 없고 대통령에게 군사경찰 지휘권이 있기 때문에 특정 지시를 내렸다 해도 직권남용이 아니다”라며 “법리적으로 다퉈도 잘못될 일이 없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각종 통화내역이 불거지면서 야당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지만 얼마 안 가 사건의 본질만 남으면 여론도 차분해지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공수처 수사만으로도 여러 사실들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 특검이 무용하다는 사실이 반증되지 않겠느냐”며 “향후 여론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국정동력 관점에서 윤 대통령이 더 이상 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전향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에 의지해야 하는 집권세력으로서는 대통령부부가 모두 사법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은 정치적으로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최수영 디아이덴티티 소장은 “이들 사건은 윤 대통령의 국정동력을 두고두고 위협할 악재인 만큼 윤 대통령이 적극적·대승적인 입장을 내야 한다”며 “22대국회 개원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최 소장은 “법적으로 불리하지 않다 하더라도 사법적 결론만 기다리며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면 그나마 있던 여론마저 다 돌아설 우려가 크다”며 “적어도 수사에 적극 협조할테니 이 문제가 여야 협치와 국정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자는 메시지는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