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단축 개헌 논란…일거사득이냐, 정치적 탄핵이냐
조국혁신당, 윤 대통령 임기 1년 단축하는 개헌론 주장
야권 ‘탄핵 효과’ 기대 … 여당에게는 탄핵 피할 고육책
윤 대통령 ‘개헌 대통령’ 업적 … 22대 국회 ‘개헌’ 영예
윤핵관 권성동 “대통령 흔들어 보겠다는 정략적 암수”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론이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조짐이다. 아직까지는 야권 일부의 주장에 그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 시도와 맞물릴 경우 임기단축 개헌론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22대 국회의 최대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국혁신당 조 국 대표는 지난 17일 “2026년 6월 지방선거 전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대선을 지방선거 때 함께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2027년 5월까지인 윤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해 2026년에 끝내자는 것. 이른바 임기단축 개헌론이다. 조 대표의 제안이 나온 뒤 여권에서도 임기단축 개헌을 둘러싼 언급이 잇따랐다. 완강한 반대였다.
임기단축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속도가 붙을 수 있을까. 찬성파는 “일거사득의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조만간 급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반면 반대파는 “임기단축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 친다.
찬성파는 임기단축 개헌이 △야권 △여당 △윤 대통령 △국회 등 이해당사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카드라는 논리를 편다.
야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을 거쳐 탄핵을 추진할 태세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27일 “탄핵 소추와 개헌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할 수 있는 투트랙을 한꺼번에 추진한다는 것. 야권 일각의 제1목표는 윤 대통령 임기단축이다. 탄핵은 복잡한 법적절차를 거쳐야 한다. 성패가 불확실하다. 개헌은 정치적 협상을 통해 실현이 가능하다. 여야 합의만 이뤄낸다면 야권 입장에서는 탄핵과 똑같은 ‘임기단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당은 표면적으로는 강하게 반대했지만, 일각에서는 탄핵을 피하면서 재집권을 노려볼 수 있는 고육책으로 임기단축 개헌을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권 인사는 “야권은 탄핵을 시도할 게 뻔하다. 만의 하나 탄핵이 성사되면 여당은 2017년 대선처럼 패배가 뻔한 선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여당이 재집권을 노려보려면 개헌 협상을 통해 탄핵을 피하는 것도 나름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탄핵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개헌이 고려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임기단축이란 ‘희생’을 감내해야하는 윤 대통령에게도 ‘득’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탄핵이란 불명예를 피함과 동시에 ‘개헌 대통령’이란 역사적 업적을 챙길 수 있다는 것. 조 국 대표도 “윤 대통령이 명예롭게 자신의 임기 단축에 동의하고 개헌에 동의한다면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실패, 무능, 무책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헌법을 바꿨다는 점에서, (개헌에) 기여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도 오랜 숙원인 개헌을 성사시킨다는 점에서 이해가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1987년 개정된 6공화국 헌법은 4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거센 개헌 요구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현직 대통령과 여야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개헌 논의는 공염불에 그쳤다. 22대 국회가 7공화국의 문을 여는 개헌을 성사시킨다면 역사적 성과를 남긴 국회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여권 핵심부는 당연히 임기단축 개헌론을 강하게 반대한다. 어렵게 잡은 정권의 임기를 1년이나 줄이는데 어떻게 동의할 수 있냐는 것이다.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29일 “야당발 개헌론은 오직 현직 대통령을 흔들어 보겠다는 정략적 암수로 점철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탄핵과 동일한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헌재 판결에 의한 탄핵이 법적 탄핵이라면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은 정치적 탄핵”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흔드는 ‘정치적 탄핵’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여권 인사는 “임기단축 개헌론은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 수사와 탄핵 시도와 맞물려 있다. 탄핵 시도에 속도가 붙으면 (개헌 논의도) 덩달아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