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남용’ 검사 탄핵 ‘중대한 위법' 핵심
헌재, 안동완 검사 탄핵 결국 기각
손준성·이정섭 탄핵심판 격론 예상
헌법재판소가 헌정사상 첫 ‘검사 탄핵’ 사건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안동완(사법연수원 32기) 부산지방검찰청 2차장검사의 탄핵심판에서 9명 중 6명이 법 위반(권한남용·성실의무 위반) 사실은 인정했지만 탄핵할 정도의 ‘중대한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재판관은 4명이었기 때문이다.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가능하다. 헌재에 계류 중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이정섭 검사의 탄핵 사건에서도 격론이 예상되는 가운데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사다.
헌법재판소(이종석 재판소장)는 30일 헌정사 최초 ‘검사 탄핵’ 사건인 안동완 검사의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5대 4로 기각 결정했다.
안 검사 탄핵 재판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안 검사가 2014년 5월 전직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 사건에서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자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별도의 대북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을 가져와 유씨를 추가 기소한 것이 검찰의 권한을 남용한 위법한 행위인지,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중대한 위법인지다.
재판관 6명은 안 검사가 검사의 권한을 남용해 검사의 정치적 중립과 권한 남용 금지를 규정한 검찰청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해 유씨를 같은 혐의로 다시 기소할 중대한 사정 변경이 보이지 않아 합리적인 공소권 행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선 간첩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유씨에게 불이익을 가할 의도가 있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재판관 9명 중 6명이 안 검사의 검사 권한 남용 자체는 인정한 것이다. 탄핵소추 인용에 해당하는 파면 결정에는 재판관 6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안 검사의 권한 남용이 탄핵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재판관 6명 사이에서도 판단이 갈렸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 4명은 사실상 ‘보복 기소’가 맞았다고 보고 “검사에 의한 헌법위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히 경고할 필요가 있다”며 파면이 필요하다고 봤다. 반면 이종석 소장과 이은애 재판관 2명은 “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도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기각 의견을 냈다.
결국 검찰의 권한 남용에는 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했으나 중대성에 대한 판단이 나뉘면서 재판관 5(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안 검사가 탄핵을 면하게 됐다.
이처럼 헌재의 첫 검사 탄핵 심판에서 재판관들의 의견 차가 두드러지면서 헌재에 계류 중인 손 검사장과 이 검사 탄핵 사건 역시 격론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손 검사장과 이 검사 모두 직무상 얻은 정보를 누설하거나 이용하고, 검사로서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직무 관련성과 위법 행위의 중대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장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전송했다는 의혹이다.
손 검사장은 이와 관련한 혐의로 2022년 5월 재판에 넘겨져 올해 1월 1심에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헌재는 손 검사장의 형사 재판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지난달 3일 탄핵 심판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검사는 용인CC 골프장을 운영하는 처남의 부탁으로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 기록을 대신 조회하고, 선후배 검사들을 위해 해당 골프장을 이용할 때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검사의 탄핵소추안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이 검사의 탄핵소추 사유는 개인적인 비위 의혹과 관련된 것인 만큼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 위반 여지가 있는 손 검사장의 사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