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국산업, 미국식 타개책을 배우자
국내기업과 산업에 위험경보가 울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위기이며 전기자동차와 인터넷 서비스에서도 위험신호가 감지된다. 반도체는 미국 주도하에 세계 반도체 산업의 새판짜기가 진행 중이다.
때마침 생성형AI(인공지능)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반도체 기술과 경쟁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문제는 초격차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에서 기술문제로 낭패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반도체의 미래에 적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한국산업, 위험경보가 울리고 있다
최근 호실적을 기록 중인 자동차산업에서는 노조 반발을 우려하여 스마트 공장 설립을 신속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신기술의 고용 대체 문제는 노사대립의 쟁점이기는 하지만 신기술의 신속한 도입 여하에 따라 시장에서 경쟁력이 달라지므로 대립 기간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해결기재가 긴요하다.
일본의 공세도 주목할 만한 위험신호다. 2019년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금지로 한국산업을 위협했던 일본은 최근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기업인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야후에 대해 한국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는 일본이 언제든 일방적 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는 네이버가 일본 이외의 해외사업은 지킬 수 있도록 나서야 할 것이다.
기술력 부족, 신기술 도입에 대한 사회적 저항, 정부의 기업활동 개입 등 최근 나타난 위험경보는 4차산업혁명과 국가주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세계경제의 새판짜기 국면에서 한국산업이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다.
대응책 마련에 유용한 길잡이가 될 미국식 타개책을 살펴보기로 하자. 트럼프정부는 중국의 위협을 감지한 순간 자국이 주도해서 만든 세계화 시대를 무너뜨리고 미중 패권경쟁을 선언했다. 바이든정부는 동맹 개념을 추가해 지정학 시대를 열고 기업 지원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었다.
특히 국가 챔피온 기업(national champion)을 육성하기 위하여 비메모리 분야 인텔에 보조금 85억달러, 대출 110억달러를 지원하고 메모리 분야 마이크론에 보조금 61억달러, 대출 75억달러를 지원했다. 이처럼 과거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어떻게 순식간에 성사될 수 있었을까? 미국에서는 국익이 최상의 가치이며 민주당과 공화당은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국익에 배치되는 국가위협이 감지되면 한목소리로 대응한다.
현재 한국이 당면한 국가적 위협은 무엇일까? 4차산업혁명의 새판짜기 경쟁에서 한국산업의 퇴보 가능성 문제가 시급성 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새판짜기 경쟁과 관련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신의 사고방식(disbelief thinking)이다. 한국산업이 그동안 수출과 세계경영에서 호조를 보였으므로 앞으로도 잘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절대 불신의 대상이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정치권 컨센서스 모아 국가 챔피온 기업 육성에 나서야
산업의 퇴보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과제는 4차산업혁명 주도산업에서 글로벌 경쟁을 감당할 수 있는 국가 챔피온 기업을 확보하는 것이다. 가장 취약한 분야는 AI로서 국내 AI 기업들은 글로벌 거대기업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불신의 사고방식을 통해 철저하고 치밀한 ‘국가 챔피온’ 기업 육성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인텔과 일본의 라피더스 지원방식을 참조하면서 한국 실정에 맞는 육성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민 정서는 정부의 대기업 지원에 거부감이 크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으로서 미국식 타개책에서 보듯이 정치권에서 국익과 당면한 국가적 위협에 대한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산업이 4차산업혁명 지정학 시대를 맞아 선진그룹에 진입하기를 고대한다.
장윤종 KDI 초빙연구위원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