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귀환’에 대비하라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새책
“이분법적 세계관 버려야” 충고
문제는 트럼프다. 2016년 등장한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미국의 주류노선을 완벽하게 거부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도 부인했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슬로건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기존 문법을 거부하면서 불확실성은 커졌고, 충격과 혼란이 반복됐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이긴 바이든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며 국제사회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또다시 반전이다. 이번에는 트럼프가 되돌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4년전 대선에서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엉터리 같은 얘기지만 이를 믿는 미국민들이 절반이 된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 가능성을 점치는 여론조사와 외신들 보도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트럼프 현상이다. 트럼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미국을 이끌어 간다. 2차 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정치적 자유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미국의 패권적 군사력이 제공하는 공공재를 바탕으로 유지됐다. 트럼프는 세 가지를 모두 부정한다. ‘선거에 따른 평화적 정권교체’를 거부하고, 자유무역을 거부한다. 동맹에도 값을 매긴다. 나아가 트럼프는 아메리칸드림의 나라 미국을 생지옥이라 부른다. 그런데도 미국 국민 절반이 그런 트럼프를 지지한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새 책 ‘트럼프의 귀환’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 뒤 해답을 구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현상이 4년에 끝난 일탈이 아니라, 8년을 이어오는 정치사회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차이라면 2016년 트럼프는 이란 핵협정 탈퇴, 중국과 전략 경쟁, 이민 통제, 해외개입 축소 등 대외적 요소를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좌파, 불법이민, 가짜뉴스, 딥스테이트 등 국내 정적에 대한 공격이 더 날카롭다고 지적했다. 2기 트럼프 행정부가 MAGA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내 반대 세력의 저항부터 진압한다는 의미다.
사법리스크 등 다양한 변수로 아직 선거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트럼프 2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트럼프는 어떤 사람인가? 둘째, 트럼프는 어떤 정치를 하는가? 셋째, 트럼프의 재집권 로드맵은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이런 트럼프의 귀환이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라는 질문이다. 책은 이 같은 각각의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트럼프의 성장과 성격, 2부는 미국 정치의 이단아인 트럼프가 어떻게 미국 정치의 중심에 섰고 공화당을 바꿔 놓았는지 그리고 백악관 시절의 스캔들과 탄핵소추가 트럼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리했다. 3부에서는 2021년 1월 퇴임 이후 트럼프의 재집권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또 두 번째 ‘아메리카 퍼스트’가 이전과 어떤 차이점과 계속성을 가질 것인지 살펴봤다.
이를 통해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트럼프의 진면목를 보여준다. 미국 기득권층에 어떻게 균열을 내고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말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트럼프 귀환 가능성에 대한민국은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준비 정도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돌아온다면, 한반도의 전략적 구도를 바꾸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MAGA 의제를 진전시킨다는 전제하에 한반도 현상 변경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 이것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 구조를 구축하는 길로 연결될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귀환을 기회로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스스로 이분법적 세계관과 흑백논리를 버리는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