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사면고가’ 원성이 높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말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지나간 것은 다 잊고 한 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자”고 했다고 한다. 국정운영 방식과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22대 총선 민의와는 상당한 인식차다. 5월 마지막날 공개된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평가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최저치인 21%를 받았다. 국민 뜻과 다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70%에 달한다는 뜻이다.
적잖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윤 대통령이 보낸 취임 축하난을 의원회관 사무실 안으로 들이길 거절했다. 정치도의에 어긋난다고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야당만 그런가. 겉으로는 ‘여당 동일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속마음은 아니다. 보수에서도, 영남에서도, 60대에서도 윤 대통령 부정평가가 50%를 넘는다. 윤 대통령이 껄끄러워할 한동훈 전 위원장의 국민의힘 대표 출마를 기대하는 여당지지층이 70%가 넘는 것이 반증이다.
야당 의원 192석이라는 압도적 여소야대의 22대 국회에서 ‘반대통령 전선’이 선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권에 대한 야당의 견제가 날씨만큼이나 뜨거울 전망이다. 조국혁신당은 “가장 뜨겁고, 편파적으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갤럽은 22대 국회의 역할에 대해 ‘반신반의 출발’이라고 표현했다. 여야 대결이 첨예했던 20~21대 국회에 대한 기대치보다 낮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국회 의사당에서 여야의 공세가 부딪히는 사이 5월 말로 정부 각 부처의 내년 예산안이 마련됐다. 부처 자체 예산은 물론 전국 자치단체가 내년 사업에 반영해 달라는 국가사업이 포함돼 있다. 국회로 넘기기 전 8월 말까지는 기획재정부가 ‘칼춤’을 추는 시간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편성에 앞서 이미 ‘강력한 지출구조 조정’을 예고했다. 정부로부터 교부세·보조금 등을 받아 살림살이의 상당부분을 충당하는 자치단체 입장에선 발등의 불이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교부세가 16% 줄었는데 올해 3월 기준 교부세의 재원이 되는 내국세가 전년보다 2조2000억원 감소했다. 작년보다 세금이 덜 걷힌다는 뜻이니 당연히 자치단체에 보낼 교부금도 줄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국세로 걷어 지방교부금 재원으로 활용해 온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겠다는 논의에 서울 야당 의원도 가세했다. 기존 여야의 대립위에 ‘수도권 대 비수도권’ 대치가 추가될 수도 있다. 현재 여야의 리더십이 수습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상황도, 새 임기를 시작한 국회도, 임기중반부에 들어간 정권·자치단체도 험난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그 복판에서 살아가야 하는 민생의 고단함이 오죽하겠나. 얽힌 매듭을 한번에 끊어낼 단칼은 아니더라도 “하나씩 풀린다”는 소식을 고대한다. 삼중고에 고혈압까지 겹쳐 ‘사면고가’에 처했다는 이들에게 또다른 고통을 얹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