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술 ‘보조공학’ |발달장애인 근로자
“의사소통기기로 고객응대가 가능해 일이 즐거워요"
2022년 인기 드라마였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감각 과부하로 불안해하는 자폐인 우병우에게 공기 압박기능이 있는 조끼(허기 조끼)를 입혀 안아주는 효과로 진정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조끼는 발달장애인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공기 압박을 통해 딥터치프레셔 효과로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포옹하는 느낌을 주는 보조공학기기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공단)에서는 우병우 같은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이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공단 서울남부지사 건물 1층에는 ‘행복두드리미’라는 카페가 있다. 행복두드리미는 효성ITX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으로 발달장애인들이 카페와 매점에서 음료를 제조하고 고객응대 업무를 하고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박 모(23)씨는 202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해 음료제조 및 고객응대 업무를 한다. 자폐성장애를 가진 그는 입사초기 처음해보는 고객응대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보조공학기기 도움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
그는 입사초기에 첫 직장을 얻은 기쁨보다 두려움과 걱정이 많았다. 매점과 카페에서는 고객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소 소심한 성격으로 타인과의 대화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박씨는 입사하고 2주간은 고객응대를 하지 않고 음료제조 등 보조업무를 했다.
하지만 의사소통 보조기기인 ‘소보로탭비즈니스AAC’를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지원받은 이후에는 직접 고객응대를 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음성이 실시간 문자통역이 되고 특히 상황별로 자주 쓰는 어휘를 심볼 버튼으로 만들어 표현할 수 있어 고객응대에 큰 도움이 됐다. 더욱이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과도 소통할 수 있어 업무에 자신감이 생겼다.
공단은 이외에도 발달장애인들의 건강관리와 위치를 확인해주는 스마트시계(스마트지키미2)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장상황에 따라 맞춤형 보조공학기기도 지원한다.
지원규모는 1인당 1500만원(중증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지원한도 내 최대 10% 본인부담금(지원금 130만원 초과분은 본인부담금 5%)이 있다. 신청은 가까운 공단 지사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직접 기기를 체험해보고 싶은 경우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보조공학센터에 전시된 기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더 많은 새로운 기기들을 한곳에서 접할 수 있는 행사도 열린다. 4일에서 5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대한민국 최대 보조공학기기 박람회가 열리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