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술 ‘보조공학’ |발달장애인 근로자

“의사소통기기로 고객응대가 가능해 일이 즐거워요"

2024-06-03 13:00:06 게재

2022년 인기 드라마였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감각 과부하로 불안해하는 자폐인 우병우에게 공기 압박기능이 있는 조끼(허기 조끼)를 입혀 안아주는 효과로 진정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조끼는 발달장애인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공기 압박을 통해 딥터치프레셔 효과로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포옹하는 느낌을 주는 보조공학기기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병우처럼 감각 과부하로 불안해하는 자폐인을 공기 압박기능이 있는 조끼(허기 조끼)다. 안아주는 효과(딥터치프레셔 효과)로 진정시켜준다. 사진 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공단)에서는 우병우 같은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이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공단 서울남부지사 건물 1층에는 ‘행복두드리미’라는 카페가 있다. 행복두드리미는 효성ITX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으로 발달장애인들이 카페와 매점에서 음료를 제조하고 고객응대 업무를 하고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박 모(23)씨는 202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해 음료제조 및 고객응대 업무를 한다. 자폐성장애를 가진 그는 입사초기 처음해보는 고객응대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보조공학기기 도움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이 보조공학기기(책상 왼쪽)을 통해 고객과 의사소통하고 있다.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그는 입사초기에 첫 직장을 얻은 기쁨보다 두려움과 걱정이 많았다. 매점과 카페에서는 고객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소 소심한 성격으로 타인과의 대화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박씨는 입사하고 2주간은 고객응대를 하지 않고 음료제조 등 보조업무를 했다.

하지만 의사소통 보조기기인 ‘소보로탭비즈니스AAC’를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지원받은 이후에는 직접 고객응대를 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음성이 실시간 문자통역이 되고 특히 상황별로 자주 쓰는 어휘를 심볼 버튼으로 만들어 표현할 수 있어 고객응대에 큰 도움이 됐다. 더욱이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과도 소통할 수 있어 업무에 자신감이 생겼다.

공단은 이외에도 발달장애인들의 건강관리와 위치를 확인해주는 스마트시계(스마트지키미2)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장상황에 따라 맞춤형 보조공학기기도 지원한다.

지원규모는 1인당 1500만원(중증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지원한도 내 최대 10% 본인부담금(지원금 130만원 초과분은 본인부담금 5%)이 있다. 신청은 가까운 공단 지사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직접 기기를 체험해보고 싶은 경우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보조공학센터에 전시된 기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더 많은 새로운 기기들을 한곳에서 접할 수 있는 행사도 열린다. 4일에서 5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대한민국 최대 보조공학기기 박람회가 열리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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