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못찾는 법사위·운영위 갈등…“법 지켜야” “국회 관례”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시한 앞두고 여야 줄다리기
민주 “18개 다 가질 수도” 국민의힘 “11대 7 유지”
22대 국회가 출범과 동시에 대치국면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대로”를, 소수여당 국민의힘은 “국회 관례”를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법사위·운영위원장 배분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자 민주당은 법정시한이 7일 이후 “18개 상임위를 다 가질 수도 있다”며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고, 국민의힘은 “동물국회도 지켜온 관행”이라며 “의회독재”라고 맞섰다. 2020년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빚어진 파행 재연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정에 따라 법과 관행을 자의적으로 동원한 여야의 무원칙이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새 원내대표단이 구성된 직후 22대 원 구성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원내대표·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협상을 이어갔으나 법사위·운영위를 서로 내줄 수 없다는 점에서 인식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 야당에게 절대과반의석을 준 민심을 반영, 국정방향 전환을 위한 강력한 견제와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법사위·운영위 등을 민주당 몫으로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 균형’을 위해 의장이 야당 출신이면 법사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과반의석의 민주당이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만큼 법사위에서나마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않자 민주당은 “법대로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여야 원 구성 논의가 3주 지나 큰 이견이 존재해도 결론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국회법이 정한 시한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확과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화하고 타협하되 국회법과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결론을 내는 것이 총선민심과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법사위와 운영위는 양보할 의사가 없다”면서 “국민의힘이 시간만 허비한다면 표결을 통해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올 수 있는 부분(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원 구성 법정시한인 7일 야권 단독으로 원 구성 안건을 표결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표의 주문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5월31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국회법에 6월 5일까지 의장단 선출하고, 7일까지 상임위원회 구성하라고 되어있지 않느냐”면서 “민주주의 제도는 다수결이 원칙이다. 가능하면 합의하되 몽니를 부리거나 소수가 부당하게 버틴다고 끌려다니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7일까지 타협을 위해 노력하고 안 되면 새 의장단에 요청해 법대로 상임위 구성을 마치고 민생 현안부터 개혁 입법까지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 균형과 관례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3일 “민주당이 국회법 정신과 국회 관례를 무시하면서까지 의회독재를 꿈꾸고 있다”면서 “역사상 이런 1당은 없었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의 소속 정당을 달리하는 것은 특정 정당의 일방적 입법 독주 견제를 위해 확립된 관례”라며 “17대 국회 이후 민주당이 전 상임위를 독식하며 폭주한 21대 전반기를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준수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박지원 의원은 ‘국회의장은 제1당이,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나누어 맡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고, 당시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직을 양보하고 대신 법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고 했다. 또 ‘운영위원장은 국정과 국회운영의 책심성 등을 위해 여당이 위원장을 맡아왔다’는 2017년 당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의 언급도 거론했다. 추 원내대표는 “4년 전 21대 국회도 민주당이 원 구성 독점으로 시작했고, 그 결과 국민들께서 다수당의 오만을 심판해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가져야 한다는 ‘다수의 몽니’만 그만둔다면 원 구성 협상은 당장 오늘이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은 그러나 과거 국회에서 지금의 주장과 배치되는 주장과 행태를 보였다. 법사위의 견제권을 강조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에게 넘겨준 후 법사위의 체계 자구심사 조항을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해 법사위 권한을 약화시키려 했다. 민주당도 21대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을 1호 법안으로 내놨다. 또 지난 2017년 대선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됐지만 당시 야당은 운영위원장을 넘겨주지 않고 계속 유지해 현재의 주장과 배치된다. 여야가 협상시한까지 타협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국회는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전체를 독차지할 수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는데 171석을 가진 민주당의 선택에 달렸다. 민주당 주도의 법안 단독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이후 국회 재표결 등의 21대 국회 후반기 혼란상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