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민사회 “매립량 줄여 영구사용 의도”
환경부 4자 합의 재소환에
수도권매립지 논란 재점화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5년 6월 환경부와 수도권 지자체들이 체결한 이른바 ‘4자 합의’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입을 통해 다시 소환된 탓이다. 인천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대체매립지 조성 기한과 기존 매립지 사용종료 시점을 명확히 하라며 정부와 인천시를 압박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한화진 장관이 최근 수도권매립지 내 쓰레기 반입량을 줄이고 있어 안정적 처리가 가능하다고 얼토당토 않은 발언을 쏟아냈다”며 “이는 내년 닫기로 한 3-1 매립장을 최소 2023년 이후까지 사용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시당은 이어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는 윤석열 대통령과 유정복 인천시장의 공약”이라며 “이번 3차 대체매립지 공모가 또다시 실패로 끝나면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위한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천평화복지연대도 “한 장관이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 의사를 밝혀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한 장관은 이 발언을 취소·사과하고 수도권매립지 종료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인천지역의 반발은 지난달 29일 한 장관의 기자간담회 발언이 발단이 됐다. 한 장관은 이날 대체매립지 선정 지연에 따른 쓰레기 대란 우려에 대해 “환경부하고 3개 시·도가 대체매립지 확보 추진뿐 아니라 4자 합의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믿는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 장관은 “현재 사용 중인 3-1 매립장 반입량을 최대한 감축하는 노력을 병행 중”이라며 “수도권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환경부가 “영구사용 의도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 장관이 말한 ‘4자 합의’는 2015년 6월 환경부와 서울·경기·인천이 체결한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 최종합의’를 일컫는다. 당시 2016년이 사용기한이던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를 조성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잔여부지를 사용하자는 내용이 들어있다.
특히 매립 종료에 대한 접근방식을 ‘사용 기한’이 아닌 ‘매립 면적’으로 정하면서 사용종료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잔여매립지(3·4매립장) 중 3-1공구(103만㎡)를 우선 사용하기로 했고, 이곳을 다 채울 때까지도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나머지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에서 추가 사용하기로 했다.
이를 기준으로 추정한 3-1공구 매립종료 시점은 2025년이었지만 반입량을 줄인 결과 지금은 최소 2033년까지 사용 가능해졌다. 2026년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 사용 가능 기한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잔여부지 106만㎡까지 더하면 사실상 수십년을 더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환경부 의도는 반입량을 줄여 영구 사용하려는 것”이라며 “4자 합의 당시부터 이 같은 독소조항을 문제 삼았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