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노설’ 의혹 키운 용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들’
‘대통령-장관, 채 상병 통화’ 주장 확산 제동 걸려다
“논의 이뤄지지 않아” “바로 잡으라” “사견” 우왕좌왕
‘채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들의 교통정리되지 않은 비공식 언급들이 이른바 ‘VIP 격노설’ 등 의혹과 오해를 되려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당초 채 상병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중인 사안인 만큼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공식언급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사건의 주요 사실관계와 관련한 언급들이 ‘고위관계자’ 발로 나와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31일 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YTN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일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할 당시 채 상병 사건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 야권 등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사실이 보도됐다. 그동안은 ‘외교일정 상 현안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겠느냐’는 취지의 ‘추정’이 주를 이뤘다면 이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언급을 한 것.
그러나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는 고위관계자가 “해병대 수사단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 혐의자로 8명을 지목해 경찰에 넘긴다고 하자 참모들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고, 대통령이 바로 잡으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수사권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를 많이 만들었다’, ‘군부대 사망사고를 경찰이 수사하도록 개정된 군사법원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 야단을 쳤다”고 말했다는 게 MBC의 보도내용이다. 대통령이 이 장관과 채 상병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약화시키는 정황이다.
야당이 “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개입한 것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공세수위를 높이는 등 논란이 확산되려 하자 고위관계자는 이달 2일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하는 관계자가 익명과 사견을 전제로 말한 것일 뿐 진실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한 발 뺐다. 다른 관계자들도 ‘사실과 다르다’며 수습에 나섰다.
당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통화내용에 채 상병 관련 언급이 있었다는 주장이 기정사실화되는 데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참모 간 메시지 조율에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3일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야권이 윤 대통령과 이종섭 장관이 채 상병 관련해 통화를 했다는 주장을 사실처럼 몰아가는 게 선을 넘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명확하지만 당사자인 대통령이 사건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아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만큼 참모들이라도 적정한 수위의 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가만히 있다가는 (채 상병 관련 통화 주장이) 사실처럼 굳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커서 일단 제동을 건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3일 오전 국정현안 브리핑을 가진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유사한 형식의 기자접촉 및 대국민 사안보고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2주년) 기자회견을 했고 이후에도 꼭 같은 형식은 아니어도 현안이 있을 때 국정브리핑 형식으로 출입기자들 언론인 국민들에게 중요사안을 보고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