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경쟁”vs“돈 먹는 하마” 지구당 놓고 뜨거운 논쟁
여야 잠룡 모두 참전 … 여당 당권주자들도 설전중
‘친명’ 더민주혁신회의 가세 … “후원금 모금이 관건”
정치권에서 지구당 부활 이슈가 뜨겁다. 여야 잠룡들이 너도나도 논쟁에 뛰어들어 논쟁이 치열해지자 실제 제도 개혁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과거 ‘차떼기’ 사건으로 지구당이 폐지된 만큼 불법 정치자금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해소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현재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는 여야 잠룡들은 거의 모두 지구당 부활 관련 논쟁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였다. 이 대표가 “중요한 과제”로 지구당 부활 문제를 꺼냈고, 일주일 후인 지난 달 30일에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재차 제기했다.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인 한 전 위원장의 의견 제시 후에는 여당 잠룡들이 각각 의견을 제시하며 논쟁이 급격하게 타올랐다. 한 전 위원장에 이어 나경원·윤상현 의원이 지구당 부활에 찬성했고, 유승민 전 의원·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은 반대하고 나섰다.
찬성을 이야기하는 쪽에서는 정치 신인에게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는 현역 국회의원만 지역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원외 인사나 정치 신인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기 때문이다.
반대 입장에선 지구당 부활시 불법 정치자금 통로 역할 등 부패 구조도 같이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든다. 지구당의 막대한 운영자금을 고려할 때 “돈 먹는 하마”(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역과 비현역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문제라면 지구당 부활보다는 차라리 원외 인사들도 후원금 모금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구당 부활에 반대한 유승민 전 의원은 2일 페이스북 글에서 “원외 위원장에게만 지구당과 후원금 모금을 허용하면 위원장이 아닌 정치 지망생들에게 불공정한 진입 장벽이 또 생기는 것”이라면서 “지구당 부활 수준이 아니라 정치하려는 모든 사람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정당법의 모든 진입 장벽을 없애는 정치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한 수도권 원외위원장도 2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원외위원장들이 지구당 부활을 주장하는 것은 지금도 당협위원회 등의 이름으로 지역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공식적인 정당 조직이 아니어서 운영자금 등에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양성화시키든지, 아니면 후원금 모금이라도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당 부활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후원금 모금 가능 여부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구당 부활 논쟁이 여당 당권 경쟁 국면에서 더 치열해지긴 했지만 22대 국회와 대선 국면에서도 다시 한번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구당 부활은 법 개정 사항인 만큼 국회가 키를 쥐고 있는데 거대 야당의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찬성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당원 중심주의’를 내세우고 있고 지구당 부활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하고 있다. 친이재명 최대 계파로 알려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2일 국회에서 전국대회를 열고 지구당 부활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지구당 부활 찬성에 가세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