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물풍선’ 중단에 “대응방향 심층검토”
관계부처 회의 열고 대응방안 논의 착수
아프리카 정상회의 염두 … ‘불씨’ 여전
북한이 ‘오물풍선’ 도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당초 신속한 강경대응을 예고했던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맞대응의 불씨는 살리되,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국내외 외교일정을 이어가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3일 국가안보실 내부회의 후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북한 오물풍선 도발 및 중단선언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국가안보실 고위관계자는 3일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관계 부처 회의를 통해 북측 입장을 심층 검토해서 향후 대응 방향 결정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북한은 오물풍선 남한살포 잠정 중단을 밝혔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이날 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지난 5월 28일 밤부터 6월 2일 새벽까지 우리는 인간쓰레기들이 만지작질하기 좋아하는 휴지쓰레기 15t을 각종 기구 3500여개로 한국 국경 부근과 수도권 지역에 살포했다”며 “(한국에)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오물살포는) 철저한 대응조치”라며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정부는 북한 오물풍선 살포,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도발에 대해 강경대응 입장을 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따른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브리핑에서 “오늘 회의에 따라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는 당연히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화한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게 아마 북한 측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도발중단에 맞춰 입장을 선회한 것은 5일까지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아프리카 정상회의 및 향후 진행할 국내외 외교일정을 고려한 조치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시점을 늦추더라도 ‘불씨’는 남아 있다. 정부는 조만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필요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절차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달 31일 통일부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멈추지 않으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우리의 강경대응 입장에 위축돼 (오물풍선) 중단을 선언했다고 보는 것은 외교초보적 발상”이라며 “북한은 우리정부가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이후에 대한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걸 정재철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