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 적용, 취약계층 저임금 고착화”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운동본부
‘최저임금 차별금지법’ 선포
내년 최정임금 심의가 시작된 가운데 노동시만단체가 최저임금 차별조항을 폐지하고 적용대상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단체로 이뤄진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운동본부’는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최저임금 차별금지법’을 선포했다.
현재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5조 2항과 관련 시행령은 수습 시작 3개월 이내 근로자에 최저임금의 90% 적용을, 7조 1항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을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해 적용한 것은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이다.
최저임금운동본부는 이러한 ‘차별 조항’들이 “노동자 간 사회이동을 막고, 경제 격차를 확대해 한국 사회를 차별과 비극 사회로 추락시킨다”며 조항 폐지를 요구했다.
또한 “최저임금위원회는 반노동 정책을 생산하는 정부위원회의 친정부 인사를 또다시 공익위원으로 위촉하며 사용자 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최저임금위원회가 차별 적용을 밀어붙인다면 위원회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파국적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차별 없는 최저임금 적용을 시작으로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운동본부는 기자회견 뒤 야당 의원들이 함께 국회에서 ‘최저임금 차별철폐! 온전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사업의 종류’별로만 차등 적용이 가능한데 ‘사업의 종류’의 의미나 구분이 모호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취약계층 저임금 고착화, 산업간 인력수급 불균형 초래 우려가 있고 최저임금의 역할인 저임금 근로자 보호에 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산업별·지역별·계층별 구조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수습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 감액 적용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수급 근로자와 통상 근로자간 노동가치 차이를 합리화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교 교수도 “세계적으로 단일한 최저임금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차등적용 기준 마련도 어려우며 해당업종이 겪고 있는 인력난을 악화하고 경쟁력을 낮추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플랫폼 종사자가 실제로는 노동자지만 자영업자로 오분류된다”며 “특히 배달 배송 운전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례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축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김주영·이수진·박해철·박홍배·이용우·백승아 의원,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이 참석해 최저임금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