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브랜드에 푹 빠진 동남아 Z세대…유통가 공략
동남아 인구 4명 중 1명 Z세대, 구매 영향력 상승 … 쿠팡 큐텐 롯데홈쇼핑 등 대만 동남아 진출 활발
K제품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동남아 마켓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4일 동남아와 대만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코리아(지사장 권윤아)에 따르면 동남아 마켓에서 K제품을 구매하는 전체 고객 연령대별 구매 비중을 확인한 결과 Z세대 비중이 33%에 달한다.
쇼피와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칸타(Kantar)가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동남아는 인구 구조상 4명 중 1명이 Z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20% 이상 온라인 쇼핑을 즐기며 인플루언서 영향을 받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특히 한국 셀러들이 강세를 보이는 뷰티 품목에선 브랜드 파워를 비롯해 편리한 결제 기능과 빠른 배송이 Z세대의 온라인 쇼핑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도 동남아와 대만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쇼피코리아는 동남아 Z세대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판매자들이 더 빠르게 제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현지 풀필먼트 서비스는 주문 발생 시 현지 물류 창고에서 제품이 바로 출고돼 배송 기간이 평균 3~5일로 단축된다. 물류비도 타 옵션 대비 평균 40%가량 절감할 수 있다. 최근엔 주문 발생 후 김포 물류센터에서 24시간 이내로 출고를 마치는 국내 풀필먼트 서비스도 시작하며 국내 셀러들의 편의를 끌어올리고 있다.
큐텐이 인수한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도 큐텐과 더불어 동남아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위메프는 큐텐과 함께 인도·동남아 등으로 직구시장 저변을 넓힌 결과 최근 1년 간 해외판매 매출은 64% 상승했다고 밝혔다. 해외 구매 고객 또한 45% 늘었다.
해외 판매자들이 큐텐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용이하지만, 국내 판매자들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통해 해외로 물품을 쉽게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따라 세 기업 모두 동남아를 기반으로 직구·역직구 시장을 더 넓힐 계획이다. 큐텐도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해외쇼핑몰 입점 지원사업’에 파트너사로 참여하고 국내 중소업체 동남아 진출을 돕는다.
큐텐은 2022년 중소상공인 50개사 큐텐 싱가포르 입점을 지원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03개사 동남아 판매를 중개하고 목표 매출 186%를 초과 달성했다. 올해는 중국발 직구 상품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심화된 만큼 많은 소상공인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전망이다. 이에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큐텐은 국내 유망 소상공인의 해외 판매를 전방위적으로 확대 지원한다.
큐텐 싱가포르에 동남아 현지 고객과의 상시 접점을 열고 대단위 글로벌 프로모션을 선보인다. 큐텐 싱가포르의 인기 카테고리인 K-브랜드 상설관 ‘K MALL’ 입점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유통센터 전용 기획전에 참여한 소상공인 상품을 싱가포르 현지 고객들에게 선보인다.
현지 판매자와 경쟁을 도울 실질 혜택도 강화한다. 기본적인 입점 교육 및 번역 제공에 더해 큐텐 플랫폼 내 프로모션 비용과 싱가포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 지원으로 현지 고객 대상 상품 노출을 극대화한다. 이와 함께 배송비를 지원하고 일대일 전담 MD(상품기획자)를 배정해 상품 등록부터 현지 시장동향 자문, 프로모션 운영지원에 이르는 통합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쿠팡은 올해 대만에 3600억원을 투자한다. 쿠팡은 대만 로켓직구·현지 로켓배송 사업이 올들어 가파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2년 10월 대만에 처음 진출한 쿠팡은 지난해 하반기 2번째 대형 풀필먼트센터를 대만 북서부 지역 타오위안시 인근에 문을 열었다. 올해는 3호 풀필먼트센터 문을 열 계획이다. 새롭게 문을 열게될 풀필먼트센터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고객 수요예측, 머신러닝과 자동화 기술 등이 적용된 스마트 물류센터다.
쿠팡은 대만에 진출한 지난 2022년 10월 이후 한동안 구글 안드로이드·애플스토어에서 온라인 쇼핑앱 다운로드 1위를 질주한바 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대만 진출 1주년을 맞아 현지에 제품을 수출한 소비재 중소기업들이 1만2000곳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당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해외 수출한 국내 소비재 중소기업 수는 4만2592곳으로, 쿠팡을 통해 대만에 수출길을 연 중소기업은 전체 약 28% 수준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중소기업들을 포함한 현재 전체 공급업체 수는 2만1000곳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콘퍼런스콜 당시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최근 대만 로켓배송 진출 1주년을 맞은 쿠팡에 대해 언급하며 대만 로켓배송 첫해 성장속도가 한국 출시 첫 1년보다 빠르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롯데홈쇼핑도 2004년 대만 최대 금융 지주 회사인 ‘푸방그룹’과 함께 ‘모모닷컴’을 설립한 후 2005년 1월 ‘모모홈쇼핑’이라는 채널명으로 국내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대만에 진출했다. 설립 이후 1년 동안 사업 컨설팅을 지원했으며, 이후 한국상품을 소싱해 주는 등 경영상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
설립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대만 내 TV홈쇼핑 1위 기업을 유지하며 홈쇼핑 해외 진출 사례 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에는 대만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며 기업가치가 급상승했다. 지난 2016년에는 연매출(취급고) 1조원을 돌파했다.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 물류 역량을 지속 강화하고 e커머스 사업자로 전환하는 등 지속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2022년에는 연매출 4.2조원을 기록했다. 현재 대만 전역 520만 가구 대상으로 24시간 TV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며 선진화된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현지 B2C 시장 1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모모홈쇼핑에 적극 공급해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12월부터 국내 중소기업들을 해외 유통업체와 연결해 주는 ‘해외시장개척단’ 프로젝트(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를 통해 국내 우수상품을 ‘모모홈쇼핑’을 통해 대만에 소개했다.
롯데홈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모모홈쇼핑 지분은 2023년 말 기준 4070억원으로 투자 당시 대비 240배 가량 수익을 기록했다. 1인 미디어 플랫폼 기업 아프리카TV는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태국 시장을 공략한다. 태국 법인이 구성되는대로 국내 아프리카TV 인력도 파견 근무 형태로 지원 사격에 나선다. 게임 및 이스포츠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데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동남아 시장은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에 높은 관심을 지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에서 K브랜드 관심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이커머스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