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숲속에서 걷고 쉬면서 ‘숲멍·빛멍’

2024-06-04 13:00:21 게재

강북구 수유동에 ‘북한산 체험형 숲속쉼터’

36년간 방치됐던 땅 … 역사문화자원 연계

“숲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새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어요. 명상시간 너무 좋아요.” “계속 고민하던 일이 있었어요. 힘들어서 때려치울까 생각도 했는데 다시 시도할 기운을 얻었어요.”

서울 강북구 미아동 주민 조명화(55)씨와 경기 의정부에 사는 최희옥(59)씨는 “편안하게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 힐링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림책 작업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수유동 ‘북한산 체험형 숲속쉼터’에서 ‘갱년기 돌봄드림(林)’에 참여한 직후다.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숲을 돌아보며 나무 냄새를 맡고 새소리와 벌레소리를 들으며 세시간여를 보냈다. 조씨는 “혼자 다닐 때는 느끼기 힘든 숲을 즐길 수 있었다”며 “시간 날 때마다 들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순희 구청장과 공무원들이 북한산 체험형 숲속쉼터에서 맨발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사진 강북구 제공

4일 강북구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유동 북한산 자락에 문을 연 체험형 숲속쉼터가 개장과 동시에 주민들 주목을 받고 있다. 민간이 소유한 부지로 36년간 방치돼 있었는데 치유와 건강 교감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꾸민 뒤에는 기다렸다는 듯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북한산 체험형 숲속쉼터’는 수유동 산 123-11 일대 17필지를 활용한 공간이다. 북한산 둘레길 ‘흰구름길’ 인근 약 5만㎡에 달하는 광활한 숲을 통째로 쉼터로 바꿨다. 건설회사가 소유한 부지인데 자연경관지구라 개발이 어려워 36년간 방치돼 있었다. 강북구는 지난 2020년 12월 녹지활용 계약을 맺고 주민은 물론 서울시민 모두에게 열린 산림 여가공간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 9월 공사를 시작했고 지난 3월 북한산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쉼터를 개장했다.

수유동 화계사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서울 둘레길 8-4 구간과 연계한 순환 숲길이 우선 눈길을 끈다. 총 3㎞에 달한다. 소나무 아까시나무 참나무 밤나무가 우거진 곳에 ‘건강튼튼’ ‘상상쑥쑥’ ‘마음든든’ ‘오감충만’ 이름을 붙여 방문객들이 그에 걸맞게 몸과 마음 건강을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진입로를 정비하고 바닥재를 더해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이용할 수 있다.

숲길 가운데 2㎞는 최근 많은 주민들이 희망하는 맨발 산책로로 조성했다. 진입부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을 마련했고 중심부에는 자연경관을 느끼며 걷도록 사색쉼터를 만들었다. 이밖에 햇볕이 잘 스며드는 곳에는 일광욕 의자를 놓고 곳곳에 평상과 등의자 등을 설치해 자연을 한껏 즐기도록 했다.

어린이들은 숲속쉼터 중앙부에 위치한 놀이공간에서 뛰어놀 수 있다. 1500㎡ 규모 공간에 그물망 놀이시설을 비롯해 균형 놀이대와 통나무·원반 건너기, 도롱뇽 탁자 등을 배치했다. 이순희 구청장이 공무원들과 함께 방문해 시설 배치며 나무와 풀꽃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지난달부터는 오감자극 치유, 직장인 마음건강 회복 등 ‘치유의 숲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숲 놀이와 식물 알아보기 등 과정까지 참여 대상자에 따라 맞춤형 산림교육이 가능하다. 전문 산림치유지도사가 방문객들이 자연 속에서 온 몸의 감각을 일깨우며 치유하도록 돕는다. ‘갱년기 돌봄드림’을 비롯해 ‘맨발로 건강드림(林)’ ‘숲에서 힐링드림(林)’까지 사전 예약한 뒤 참여할 수 있다. 각 과정은 40~50대 중년 여성과 성인, 중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구는 인근 둘레길 등 북한산 우수한 자연경관과 함께 화계사 삼성암 등 지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자원을 연계해 숲속쉼터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북한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전해 만든 숲속쉼터는 도심 속에서 자연이 주는 치유를 느낄 수 있는 강북구만의 특색 있는 명소가 될 것”이라며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녹지를 활용한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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